[동아광장/윤종빈]의원님들, 제발 품위 좀 지켜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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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진화법 시행으로 날치기 폭력 사라졌지만
막말 고성 등 퇴행적 행동 여전
세월호 국정조사, 정부조직법… 갈등사안 산적한 후반기 국회
여야, 서로를 정치파트너 인정
이전투구 아닌 타협정치 보여야 이것이 국민신뢰 회복 첫걸음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9대 국회 후반기가 원 구성의 종료와 함께 출범했다. 국회의장을 비롯한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본회의에서 마무리한 것이다. 비록 법적 시한을 20여 일 넘겼지만 과거 장기간의 지연 관행에 비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논란과 분열을 초래했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국회도 본연의 업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최근에 잦은 갈등과 반목을 빚은 여야가 위기감을 느끼고 조속히 합의해 총리 공백과 국회 공전이 함께 지속되는 것을 막아 무척 다행스럽다.

그러나 갈등 사안이 산적해 원활한 국회 운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장 및 8개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가함에 따라 7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청문회 정국’이 치열하게 전개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차원의 세월호 국정조사는 일정을 잡는 것으로 정쟁을 거듭하다 이제야 기관 보고를 시작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국가개조의 의지를 담아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골자인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의 해체 및 국가안전처 신설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후반기 국회가 어디로 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대 국회 전반기는 날치기와 폭력이 사라져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및 국가비상사태로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물리적 폭력은 사라졌다. 다수당이 다수의 힘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관행이 사라져 소수당이 물리력으로 맞설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선진화법이 때로는 법안 심의의 효율성을 저하시킨 측면이 있지만 우리 국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막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품위 손상 행동이 줄어들지 않아 이미 상당수의 의원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됐다. 입법 활동에 있어서는 19대 국회 전반기에 총 950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18대 4년 동안 총계의 80%에 육박했다. 그러나 법안의 질적 수준을 말해주는 제출건수 대비 가결건수는 11% 정도에 머물러 법안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수준의 발전은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기로에 선 우리 국회가 확 바뀌기 위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우선은 국회법 제25조에 따라 품위를 지키라는 것이다. 회의장 내에서 다른 의원에게 막말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는 퇴행적인 행동을 근절해야 한다. 이는 국회 신뢰 회복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다. 둘째, 입법 활동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국회의 정책 능력은 행정부에 뒤진다.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야만 정책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입법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요구다. 국회의원들이 필요할 때만 국민의 대표라는 것을 내세우고 정작 국민 위에 군림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모든 쟁점을 자신들의 내부 논리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해석한다면 자연스럽게 국민을 위해 봉사하게 될 것이다.

지난주 양당의 원내대표가 합의한 국회 제도개선 방안 중 국정감사 분리 실시는 가장 중요한 것인데, 현재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실시하던 것을 8월 말과 10월 초로 나눠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8월 말 국감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도 늑장을 부리는 것이다. 아마도 과거의 ‘벼락국감’ ‘호통국감’을 재현할 것이 자명하다. 후반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은 7월 초 인사청문회,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7월 30일 재·보선 이후인 8월에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국감 분리 실시의 취지는 충분한 예산안 심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헌법 제54조에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거에 한 번도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 부디 국회의원들의 헌법·국회법 경시 풍조가 개선되었으면 한다.

19대 후반기 국회에 대한 기대가 여느 때와 다른 이유는 새로운 국회의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절대 직권상정을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우리 국회가 다수와 소수의 타협을 중시한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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