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환익]한국 해외사업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1937년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에 거주하던 한민족인 카레이스키들은 스탈린의 지시에 의해 시베리아 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한없이 서쪽으로 향했다. 최종 도착한 곳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그들은 강인한 한민족의 생명력으로 80년간 뿌리를 내려 가장 성공적인 소수민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오랜 기간 국가 정상 차원에서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신뢰를 쌓아오고 교역 및 투자의 깊이와 폭을 넓혀 왔다. 그 결정판이 박근혜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한국의 카자흐스탄 발하슈 1320MW급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전력 구매 계약이다.

이번 계약은 우리의 해외 사업 패턴이 바뀌는 의미 있는 사례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동력은 물론 수출이다. 우리는 세계 7위의 수출 대국, 무역 1조 달러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 단품 위주의 수출에서 서비스, 기자재, 발전소 건설 및 운영 등 해외 사업의 패턴이 복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발전소 건설 같은 복합적 해외 사업은 여러 분야에 걸쳐 장기간 국부를 창출하고 국가 간 고도의 경협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더구나 에너지 분야의 혁신은 소위 ‘제6의 물결’이라 하여 인류의 생활과 문화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이후의 최대 혁신 파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 개도국에서 잇따라 한국의 전력 분야 인프라 건설 참여를 손짓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개혁법안을 발표한 멕시코 정부는 PEMEX(국영석유기업)가 75년간 독점해온 에너지 시장을 민간 및 외국 자본에 개방하겠다고 공포하면서 PEMEX와 CFE(국영전력기업)가 국영기업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공공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유경제도시를 중심으로 적극 개방에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에는 첫 한국형 원자로가 성공적으로 설치되었고 사우디 최대 민자발전(IPP) 사업인 라비크 발전소에도 한전과 민간기업의 컨소시엄이 들어가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은 이제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고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 주면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힘을 모아 플랜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기법과 체계를 강구해야 한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