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치단체장들 1일 검소하고 간소한 취임식

봉사형… 대청소-급식으로 대체
기부형… 화환 대신 쌀받아 기증
안전형… 소방본부서 화상 회의

6·4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자치단체장들이 다음 달 1일 취임식을 다채롭게 치르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봉사활동으로 취임식을 대신하고 아예 행사를 열지 않기로 한 곳도 있다. 이는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가라앉아 있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풍속도다. 수도권의 이색 취임식 상황을 소개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 ‘재능기부’ 취임식

박원순 서울시장은 7일 1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이색 취임식을 마련한다.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취임사부터 애국가 연주, 진행요원, 취임식장에 설치되는 작품까지 모든 과정이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준비됐다.

취임사는 시민이 만들고 박 시장이 함께 발표한다. 시정 아이디어나 특별한 사연을 가진 시민 4, 5명이 ‘나는 시민시장 ○○○입니다’를 시작으로 각각의 포부를 담은 취임사를 발표하고 박 시장이 2기 시정 비전을 소개한다.

서울지역 구청장들도 취임식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유일한 3연임 구청장이 된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취임식 대신 주민들이 보는 구정소식지 지면을 통해 취임선서를 한다. 7월 1일 아침에 구민들과 함께 가로변 청소를 하며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7월 1일 오전 4시 밥 퍼주기 봉사활동으로 취임 첫 일정을 시작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취임식 전에 첫 공식일정으로 북아현동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세족식을 연다. 박춘희 송파구청장도 장애인시설을 찾아 대청소를 돕고 배식봉사를 할 계획이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취임식을 생략하고 ‘마을 민주주의 시대, 민선 6기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구청 공무원과 지역 활동가 200여 명이 참여해 교육, 복지, 사회적 경제 등 12개 분야의 구정방향을 논의한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구민 보고회,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구청장에게 바란다’ 토론회로 취임식을 대체한다.

초선인 김수영 양천구청장 당선자는 취임식에서 축하 화환 대신 쌀을 기증받아 행사 후 관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당선자는 구청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바로 ‘찾아가는 현장구청장실’ 버스에 올라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 안전취약지역 방문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가 많았던 안산 단원고가 위치한 만큼 안전을 강조하는 행사로 취임식을 대신한다. 취임 첫날 오전 소방재난본부에서 34개 소방서를 화상으로 연결해 소방서장들과 회의를 주재한 뒤 본부 5층에 있는 재난종합지휘센터에서 재난대응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어 수원소방서 119안전센터를 방문해 소방관들을 격려한다.

재선에 성공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내달 1일 오전 10시 시청 현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공무원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취임식을 대신한다. 3연임에 성공한 조억동 경기 광주시장은 취임식 경비 약 900만 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김성기 가평군수도 취임식 대신 노인복지회관을 찾아가 배식과 청소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김윤식 시흥시장과 김선교 양평·김성기 가평군수는 결식아동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밥퍼 봉사’로 취임식을 대체한다. 김만수 부천시장과 조병돈 이천시장, 곽상욱 오산시장도 취임식 대신 현장 방문 및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 “간소하게”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는 누적적자가 13조 원에 달하는 인천시 재정상황을 감안해 간소한 취임식을 치르기로 했다. 취임식에는 지역 유력 인사와 분야별 대표 2000명을 초청하지만 축하 공연 없이 장애인단체가 마련한 작은 공연만 진행키로 했다.

3연임에 성공한 조윤길 옹진군수는 별도의 취임식 대신 직원월례조회에서 민선6기 군정운영방향과 비전을 밝히기로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근검절약하자는 취지다. 조 군수는 “다음 달 2일부터 관내 25개 섬을 찾아가 군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으로 취임인사를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