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맡을 이 없어 떠안은 독배… 洪은 희생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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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무승(無勝)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저조한 성적이었다. 패전의 결과는 장수가 책임져야 하는 법. 하지만 한국 축구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홍 감독에게만 돌려야 할까.

2010년 7월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란 위업을 이루고 돌아온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했다. 역대 국내 사령탑 최고의 성적을 낸 상태라 유임이 유력했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설득도 있었지만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히고 홀연히 떠났다.

이때부터 한국 축구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국내 사령탑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해 의사를 타진했는데 모두 고사했다. 사실 허 감독의 뒤를 잇는 사령탑은 빛은 나지 않으면서 부담만 곱절인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아도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알려져 있는데 허 감독이 큰 업적을 이뤄 당시 차기 감독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조광래 감독이 선임됐다. ‘야당’으로 분류된 인물로 협회에선 중용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당시 ‘드디어 축구협회가 축구인 화합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조 감독은 결국 협회와의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2011년 말 성적 부진을 이유로 쫓겨나게 됐고 최강희 전북 감독이 시한부 사령탑으로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티켓을 획득하게 됐다. 지난해 초 축구협회 수장이 조중연 회장에서 정몽규 회장으로 바뀐 뒤 최 감독도 예정대로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포기하고 전북으로 돌아갔다.

축구협회는 결국 대안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딴 홍 감독에게 눈을 돌렸다. 이제 갓 꽃을 피운 홍 감독으로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로부터 받은 혜택을 감안해 고사할 수 없었다. 월드컵을 겨우 1년 남긴 시점이었다.

홍 감독의 도전은 결실 없이 끝났다. 그는 책임질 것이다. 그가 떠나면 4년간 대표팀 감독 4명이 바뀌게 된다. 대표팀 사령탑의 잦은 교체 원인에는 협회 내부의 얽히고설킨 이유로 선배들이 서로 책임을 회피한 측면도 있다. 한국 축구의 인적 난맥상과 후진적 행정이 역대 최연소 사령탑인 홍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홍 감독의 책임을 축구 선배들도 통감해야 한다.

양종구·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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