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라리의 ‘의리’는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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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Cup Brasil 2014]
소속팀 활약 미미했던 GK 세자르… 경기력 저하 논란에도 대표팀 발탁
16강 승부차기 눈부신 선방 ‘영웅’

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가 2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2014 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칠레의 두 번째 키커 알렉시스 산체스가 날린 슛을 막아내고 있다. 벨루오리존치=GettyImages 멀티비츠
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가 2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 열린 2014 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칠레의 두 번째 키커 알렉시스 산체스가 날린 슛을 막아내고 있다. 벨루오리존치=GettyImages 멀티비츠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의 수문장 줄리우 세자르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거의 뛰지 못해 경기력 저하가 의심됐지만 홍명보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대표팀에 승선했다.

브라질의 붙박이 수문장인 세자르도 지난 시즌 잉글랜드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서 단 한 경기만 출전한 뒤 캐나다의 토론토로 임대됐다. 당연히 그의 대표팀 발탁을 두고 브라질 내에서는 경기력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그래도 세자르가 브라질 최고 골키퍼다”며 변함없는 신임을 보였다. 스콜라리 감독을 향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세자르는 박주영과 달랐다. 조별리그에서도 3경기에서 두 골을 허용하며 뛰어난 활약을 한 그는 29일 칠레와의 16강전에서 브라질을 구했다.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칠레의 첫 번째, 두 번째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낸 것. 칠레의 마지막 키커도 그를 의식해 모서리 쪽으로 찬다는 것이 골대를 맞히고 말았다. 브라질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스콜라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택을 하는 것이 내 직업이다. 난 세자르가 필요했고 그를 믿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세자르는 기자회견에서 “행복한 순간이다.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 되겠지만 날 응원해준 사람들을 위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그가 퇴장할 때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브라질 취재진이 하나둘 일어서더니 기립박수를 보냈다. 박수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춘 그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박수 소리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됐다.

벨루오리존치=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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