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제주]“새 시장님 취임식 열렸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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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경제침체에 지자체장들 조용한 취임식 잇달아

세월호 참사와 침체된 경제 사정 등으로 자치단체장 취임식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취임식을 아예 생략하고 특강이나 봉사활동으로 대신하거나 공무원과 일부 주민만 모아 놓고 검소하게 치르자는 분위기다. 취임식에서 단체장 좌석도 단상이 아닌 단 아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그동안 사치성의 성대한 취임식 행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당선자들이 어느 때보다 자세를 낮추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자는 다음 달 1일 취임식 때 축하 화분을 받지 않고 초대장도 따로 발송하지 않기로 했다. ‘시민 시장’을 내세운 당선자의 의지다.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도 민선 5기 때와 달리 도립국악단 축하공연 등 이벤트를 없애고 자원봉사자가 가곡을 부르는 식전 행사만 갖기로 했다. 송하진 전북지사 당선자도 취임식 초청자 수를 도청에서 계획한 것보다 대폭 줄이고 흥겨운 음악 프로그램을 없애도록 지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도 취임식 대신 정례 직원조회를 이용해 취임사를 낭독함으로써 새 도정의 기본방향과 정책취지를 밝히기로 했다. 비용 절감과 정책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전통시장인 전주 남부시장 상인회 사무실에 취임준비단을 꾸렸던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도 식전 식후 공연을 생략하고 취임 인사와 관련 영상 보기 등 40분 안에 취임식을 끝내기로 했다.

취임식 대신 특강을 하거나 현장을 챙기는 단체장도 있다. 송광운 광주 북구청장 당선자는 대한노인회 광주광역시지회를 방문해 ‘고령화시대의 행복한 노후생활’을 주제로 특강을 한다. 최영호 광주 남구청장 당선자도 점심시간에 노인시설에서 배식봉사 후 오후에는 재해취약지구를 점검할 계획이다. 민형배 광산구청 당선자와 노희용 동구청장 당선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례조회만 갖고 곧장 업무에 들어간다.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 당선자는 시청 대회의실에서 ‘민관 합동 안전한 도시 구축 선포식’을 갖고 ‘도시재생 시민한마당 행사’를 연다. 이환주 전북 남원시장과 박홍률 전남 목포시장 당선자는 취임 당일 환경미화원과 함께 새벽 청소로 첫 업무를 시작한다. 남원시는 직원들만 참석하는 월례조회로 취임식을 대체하고 목포시는 취임식에 장애인,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초청하기로 했다. 강진원 전남 강진군수 당선자는 취임식 참석자들에게 강진 특산품인 수국 1송이씩을 나눠주기로 했다. 박철환 전남 해남군수 당선자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뜻에서 송지면 땅끝마을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당선자는 취임식에 기관장을 초청하지 않는 대신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등 교육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불러 함께 간소하게 취임식을 치를 계획이다. 박성일 전북 완주군수는 군수의 자리를 단 아래 두 번째 줄에 마련하도록 했다. 첫째 줄에는 장애인과 다문화가족들이 앉는다. 강홍균 제주도 새도정준비위 대변인은 “취임식에 드는 비용도 결국 도민이 내는 세금인 만큼 이를 절감하고 수천 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하는 등 취임식 준비에 쏟는 행정력을 장마와 태풍 등 재해대비로 돌림으로써 도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새 도정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오 kokim@donga.com·정승호·임재영 기자   
#세월호#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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