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전력저장장치 분야 세계1위, 美-유럽 회사와 계약 잇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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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지난해 4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LG화학을 꼽았다.

ESS는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모아뒀다가 이를 제때 필요한 곳으로 자동 배분해주는 거대한 배터리 장치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는 전기를 충전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에 가정, 사업장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 번 설치한 뒤에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구현하는 핵심 장치인 셈이다.

ESS 시장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조 원에서 2020년 58조 원으로 연평균 53%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에너지 선진국인 서유럽, 미국은 물론이고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등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전력 공급량 추이가 경제 성장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저개발국가에서도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중대형 배터리 분야는 일본기업들의 독무대였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장벽에 부딪혀 쉽게 뛰어들지 못했었다. LG화학은 2000년부터 중대형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10년 만에 2차전지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ESS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2010년에는 ESS 분야 선도국가인 미국 시장에 뛰어들어 대규모 공급 계약을 연달아 따냈다. 그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최대 전력회사 SCE와 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 5월에는 북미지역 최대 규모 ESS 실증 사업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곳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100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LG화학은 이 사업을 계기로 북미 지역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최대 전력회사 AES가 추진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단독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자격을 얻었다.

유럽 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2012년 6월 독일 업체와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ESS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3년 7월에는 세계 최대 태양광 인버터 회사인 독일 SMA의 차세대 가정용 태양광 ESS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LG화학이 세계 각국에 공급하는 배터리는 품질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SMA와 공동 개발한 배터리는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태양에너지 전문전시회 ‘인터솔라 2013’에서 태양광발전 분야 최고 제품으로 뽑혔다.

이 제품은 주택 지붕 등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모아뒀다가 전력 소모량이 많은 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ESS다. LG화학에 따르면 이 제품을 설치했을 때 일반 가정에서 하루에 쓰는 전기의 약 50%를 자가발전전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LG화학은 전력난에 대비하는 한편 ESS 사업모델의 상용화를 위해 전북 익산공장에 23메가와트(MW), 충북 오창공장에 7MW 규모의 ESS를 설치 중이다. 두 공장에 설치된 ESS(23+7=30MW)는 4인 가족 기준 30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두 공장에 설치되는 ESS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에 7시간 동안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기 사용량이 많아 요금이 비싼 낮에 자유롭게 활용하게 된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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