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 고객 한 명의 개인정보 가치가 고작 7원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8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가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KT에 책임을 물어 과징금 7000만 원과 과태료 1500만 원을 부과했다. KT 홈페이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킹을 당해 고객 981만여 명의 개인정보 1170만 건이 유출됐다. 외부에 넘어간 개인정보에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신용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수두룩하다. 방통위 셈법대로 한다면 KT 고객 1인당 개인정보의 가치는 달랑 7원26전이다. 피해를 본 고객들이 수긍할 수 없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방통위는 “해커의 사용 수법이 이미 널리 알려진 ‘파라미터 변조’라는 방식이고, 특정 인터넷주소(IP)가 하루 최대 34만여 건이나 되는 개인정보를 조회했는데도 KT는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KT는 2012년 7월에도 해킹 사고를 당한 전력이 있다. 1년 만에 다시 같은 사고를 당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러고도 기간통신사업자라고 자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보통신망법은 통신사업자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조치가 미비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는 1억 원 이하 과징금과 3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는 것이 고작이다. 해커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법은 통신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KT는 사고 이후에 고객 보호는 뒷전이고 영업에만 열을 올려 더 분노를 샀다.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고객이 휴대전화 해지를 요구하자 조기해약 위약금을 물렸다. 기업윤리를 외면한 일이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그제 KT 광화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796명에 대해 1인당 100만 원씩 27억96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방통위에서 KT의 잘못을 인정한 만큼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통신사든 금융회사든 고객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회사에 대해 관계 당국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인정보#KT#과태료#과징금#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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