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主流경제학은 단지 틀린 게 아니라 위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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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전자전쟁/칼레 라슨 지음·노승영 옮김/432쪽·2만8000원·열린책들

“도대체 이게 뭐하자는 책이야?”

어쩌면 몇몇은 이렇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문화유전자전쟁’은 참으로 요상한 책이다. 보통의 책 읽기에 익숙한 이라면 꽤나 당황스러울 터. 일단 편집부터 그렇다. 잡지 같기도 하고, 사진집 같기도 하고…. 하여튼 뭔가 산만하고, 노골적이고, 키치(kitsch·통속성 문화 조류·국립국어원의 순화어로는 ‘눈길 끌기’) 코드가 넘쳐흐른다.

왜 그랬을까. 의도는 분명하다. 기존 통념을 뒤집자는 거다.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어쩌면 틀렸을 수 있다. 착한 모범생처럼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불만을 터뜨려라. 그리고 그 대상은 바로 주류 경제학계가 떠받드는 ‘신고전파 경제학’이어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저자는 기존 상업광고를 뒤트는 미국 비영리 격월간지 ‘애드버스터스(Adbusters)’의 창립자. 2011년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를 처음 제안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보기에 시장경제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주류 경제학은 한계에 이르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도 드러났지만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한 데다 인간의 본질적 삶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질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부(富)의 심각한 양극화와 지구 생태의 위험한 낭비에 대한 고찰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문화유전자(meme·밈)의 창출이 뭣보다 시급하다. 밈이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 유전자처럼 개체에 저장되거나 모방 복제될 수 있는 문화의 전달 단위’로 규정한 개념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주류 경제학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패러다임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 책은 상당히 과격하다. 아마 꽤 많은 이가 솔깃할 테고, 또 그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이도 상당할 듯하다. 그만큼 세상은 엇갈리고 혼탁하니까. 하지만 하나만 묻자. 주류건 비주류건 당신은 확실히 정답이라 자신할 만한 대안을 갖고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이 책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그들이 무엇을 외치는지.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화유전자전쟁#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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