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달리는 예술품 ‘마세라티’의 울부짖음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6월 28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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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그르릉~~~ 뿌~아아아앙~~~~’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한 점 빛이 돼 사라지는 고성능 세단의 배기음은 차가운 운전자의 가슴을 순식간에 뜨겁게 달궜다.

일명 ‘마세라티 뮤직’이라고도 불리는 이 배기음은 출발 후 어느 정도까지는 낮고 깊은 바리톤의 기분 좋은 울림을 들려주다가, 점점 속도를 높이면 특유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울음을 토해냈다. 이런 음악에 가까운 소리를 ‘작곡’하기 위해 초기단계부터 전문 엔지니어는 물론 튜닝전문가, 피아니스트, 작곡가까지 참여한다고 한다. 배기음 때문에 마세라티를 좋아한다는 마니아들도 상당수다.

일상에서 즐기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마세라티가 새롭게 내놓은 ‘올 뉴 콰트로포르테 S Q4’를 타고 서울과 충북 청주를 왕복하는 400여km를 달렸다. 이 차는 마세라티가 내놓은 최초의 사륜구동 모델이다.
#화려하고 기품 있는 예술성의 콰트로포프테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독일산 자동차가 실용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면, 마세라티처럼 이탈리아산 차들은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예술성을 추구한다. 이번에 시승한 콰드로포르테도 이런 이탈리아 자동차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유명 자동차 디자인회사 피닌파리나가 설계한 외관은 전장 5m(5265mm)가 넘는 대형세단이면서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일 것 같은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에서부터 후미등까지 이어지는 세련된 근육질 라인은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부는 고속주행을 즐기는 스포츠 세단답게 모든 버튼을 간단하게 정리해 운전자에게 집중시켰다. 탑승자의 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천연가죽 버킷시트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고급스럽다. 여기에 우드트림을 곳곳에 대고 대시보드와 센터콘솔, 도어를 매끈하게 처리해 럭셔리 자동차의 진수를 보여준다. 오디오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Bowers & Wilkins) 제품이다.
이전 5세대 모델까지는 아날로그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면, 이번 6세대는 8.4인치 터치스크린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등 현대적인 방식을 썼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과거 좁아서 힘들었던 뒷좌석은 무릎공간을 10cm 이상 늘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마세라티 최초의 풀타임 사륜구동에 가속력까지…
이 차는 2979cc V6 엔진에 자동 8단 ZF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410마력, 최대토크 56.1kg.m를 발휘한다. 안전최고속도는 284km/h. 스티어링 휠에 붙어 있는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평상시 자동변속기로 느긋하게 달리다가 왼쪽 패들시프트를 1~2번 앞으로 당겨주면 가속페달을 더 밟지 않아도 차가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차 이름에서 ‘Q4’는 풀타임 사륜구동시스템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뒷바퀴에 구동력을 집중시키지만, 도로 조건이나 주행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전륜과 후륜에 골고루 배분한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와 폭설이 상존하는 우리나라 날씨에 적합하다. 최근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들 사이에서도 사륜구동 바람이 거세다.
마세라티의 또 다른 장점은 가속력이다. ‘서킷의 제왕’ 페라리와 피를 나눈 형제답게 발군의 달리기 성능을 지녔다. 평상시 노멀 모드로 주행하다가 조금 더 속도를 내고 싶으면 바로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된다.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경련하듯 차가 튀어나가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서스펜션을 딱딱하거나 부드럽게 조절할 수도 있다.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링크를 썼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는 4.9초 만에 도달한다.
#낮은 무게중심과 최적의 무게배분
마세라티는 코너링이 좋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낮은 무게중심과 최적의 무게 배분 때문인데, 엔진을 최대한 뒤로 밀어 차량 전후 무게를 가장 이상적이라는 49대51로 맞췄다. 브레이크는 브렘보사와 합작 개발한 고성능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 차는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 등장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거침없는 성격의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전신불구의 백만장자 귀족 필립(프앙수아 클루제)를 마세라티에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마세라티를 포함시키는데 한몫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한국형 하이패스시스템을 장착하고 공인연비는 7.6km/ℓ이다. 거친 주행을 마친 뒤 실제로 경험한 연비는 6km/ℓ 내외였다. 국내 판매가격은 1억695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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