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인해]韓中, 북한과 일본을 고립시킬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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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때보다 돈독해진 韓中
두 나라를 너무 고립시키면 北日 관계개선으로 돌파구 모색
핵-위안부-과거사 문제 해결도 외교 공조 요구도 힘들어
모든 분쟁은 불통에서 비롯… 兩정상,北日과 동행방안 모색을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상하이(上海)가 너무나도 새롭다. 1992년에 본 푸둥(浦東) 지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황량하기만 했다. 오늘 황푸(黃浦) 강에서 바라보는 푸둥의 야경은 거대한 규모와 화려함으로 압도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상하이의 발전상에 놀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하지 않았던가. 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될 만큼 세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했다. 북한 지도부가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르는 달콤한 결실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중국을 따라하다가는 정권이 붕괴하고 말 것이라며 두려워한다. 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다고 여긴다.

중국의 국가 목표는 경제 건설이다. 개혁·개방을 통한 외자 유치는 성공적이었다.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만큼 다국적 기업들이 몰려들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도 중국을 비켜갔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주요 2개국(G2)으로 우뚝 섰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주변국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위협요인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국가 목표는 김정은 세습체제의 공고화다. 그동안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을 통해 통치자금을 확보했다. 경제관리 개선 조치는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이다. 투명한 개방정책으로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하지만 우상화 정책을 위해 폐쇄사회를 고집하며 핵 개발을 하는 북한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별로 없다. 아직도 주민들은 곤궁함을 면치 못해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체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다른 만큼 성과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중국의 발전 전략은 점-선-면으로의 파급효과다. 우선 4개 경제특구와 14개 해안도시에서 개방이 이뤄졌다. 이어서 해안선을 따라 동부지역의 경제개발 붐이 일어났다.

해안지방과 내륙지방의 빈부격차는 필연적이다. 축적된 해안지방의 부(富)를 서부대개발을 통해 내륙지방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시안(西安)이 중심이 되고 있다. 과거 동서문화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크로드의 기점이었다. 머지않아 내륙지방에도 개혁·개방의 열매가 넘칠 것이다.

북한은 나진·선봉지구, 신의주 행정특구, 개성공단 등을 개방의 전진기지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다른 지방으로의 파급효과는 차단했다. 핵 보유국으로 체제를 보장받고 안정적으로 외자 유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시장경제와 자유화의 물결에 젖어들게 된다면 주민들을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는 정권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 앞날을 확신할 수 없는 북한에서는 투자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북한의 고립은 한반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일 뿐이다.

다음 달 초에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관례대로라면 시 주석은 평양에 먼저 갔어야 한다. 이번에 답방 형식으로 서울에 먼저 온다. 시 주석은 상하이 당서기 시절 우리의 임시정부청사를 허물지 않고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1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하얼빈역에 건립하도록 했다. 이에 한국도 경기 파주시 적군묘지에 안치돼 있던 중국군 유해 425구를 선양(瀋陽)으로 송환했다. 한중 관계는 감성으로 엮어지며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반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아직 북-중 정상회담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4차 핵실험을 예고하면서 주변국의 경계심만 높이고 있다. 집단자위권, 평화헌법 재해석 문제로 군국주의 부활의 의심을 받고 있는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을 통한 북-일 관계 개선을 원한다. 중국과 한국은 영토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과 남북한이 함께 일본의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 일본과도 만나야 한다. 모든 분쟁은 불통에서 비롯된다.

한중 정상은 북한을 고립시키기보다는 공감하고 동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 관계가 돈독하고 북한과 일본이 고립되면, 북-일 간의 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다. 북한과 일본과의 대화가 단절되면 한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조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상하이 사회과학원과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은 변화하고 있는 동북아 신질서 속에서 한중일 간의 정세를 논의했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이웃을 바꿀 수 없는 운명이다. ―상하이에서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ahnyinhay@hotmail.com
#한중#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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