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은 말이 없다, 그저 물러날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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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스페인-日 감독 줄줄이 사표… 잉글랜드 호지슨은 “무슨 소리”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국 최고이거나 명문 클럽 팀 지도자가 아니면 맡기 어렵다. 대단한 자리지만 그만두는 건 순식간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감독들의 사퇴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브라질(5회)에 이어 월드컵 최다 우승(4회)에 빛나는 이탈리아(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위)는 25일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우루과이에 져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은 “전술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이탈리아 사령탑을 맡은 프란델리 감독은 이탈리아의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12 준우승을 이끌며 2016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상태였다. 네덜란드와 칠레에 완패하며 2경기 만에 16강 탈락이 확정된 스페인(FIFA 랭킹 1위)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도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일찌감치 발표했다. 그는 스페인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일본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도 C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콜롬비아에 1-4로 참패해 1무 2패로 대회를 마친 뒤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2010년 말 일본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11년 아시안컵 우승과 이번 대회 평가전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8강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던 차케로니 감독은 “전략과 전술은 내가 결정했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사퇴의 말을 남겼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오심 논란’ 속에 페널티 킥으로 결승골을 내준 코트디부아르의 사브리 라무시 감독과 F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친 이란의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16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 감독은 “영국축구협회가 나를 계속 믿고 있어 행복하다. 사임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며 버티고 있다.

다른 나라 얘기를 할 것도 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1-3으로 진 데 이어 네덜란드와의 2차전에서 0-5로 참패했다. 당시 사령탑이던 차범근 감독은 2차전을 끝으로 대회 도중 해임돼 귀국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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