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7일 06시 40분


메시-네이마르(오른쪽). ⓒGettyimages멀티비츠
메시-네이마르(오른쪽). ⓒGettyimages멀티비츠
■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메시 vs 브라질 ‘삼바축구 새 황제’ 네이마르…끝나지 않은 ‘왕의 전쟁’

명문 바르셀로나서 연봉 1·2위 경쟁
브라질월드컵 나란히 4골 득점 선두
1978월드컵 선수매수설로 양국 앙숙
남미의 맹주 가릴 월드컵우승의 키맨

하늘 아래 두 명의 황제도, 두 개의 제국도 없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와 브라질의 네이마르(22·이상 FC바르셀로나), 과연 누가 대관식을 치를까. 메시는 26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벌어진 나이지리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아르헨티나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1차전과 이란과의 2차전에서 1골씩을 터트린 메시는 이번 대회 총 4골을 기록하며 네이마르와 함께 득점 부문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 현역 최고 선수냐, 신성이냐…1라운드는 몸값 전쟁

메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의 선수다. 2009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4연속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겼다. 반면 네이마르는 떠오르는 샛별이다. 2013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메시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둘의 미묘한 경쟁관계는 이미 브라질월드컵 개막 이전부터 ‘몸값 신경전’으로 표출됐다. FC바르셀로나는 5월 메시와 재계약하며 연봉을 기존 1300만유로(약 180억원)에서 2000만유로(약 277억원)로 올려줬다. 이로써 메시는 네이마르를 제치고 팀 내 최고 대우 선수의 입지를 굳혔다. FC바르셀로나는 2013년 네이마르를 영입하면서 연봉과 초상권 등을 합쳐 메시 이상의 금액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메시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 ‘내 자식(?)이 최고!’ 펠레와 마라도나의 설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들은 항상 ‘제2의 펠레’, ‘제2의 마라도나’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러나 그 명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랜 기다림을 간직했던 펠레와 마라도나는 비로소 자신들의 진정한 후계자를 찾았다. 펠레는 이미 2013년 “네이마르가 메시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될 것”이라며 자국 후배의 손을 들어줬다. 자존심 강한 마라도나도 이에 지지 않았다. 그는 11일 아르헨티나 스포츠전문지 올레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마르가 펠레라면, 메시는 바로 마라도나다. 내가 펠레보다 위대했던 것처럼 메시가 네이마르보다 한 수 위”라며 도발적 발언을 쏟아냈다. 브라질월드컵은 펠레와 마라도나의 후계자 중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지를 가릴 장이다.

●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지척의 앙숙

이웃나라들 치고 가까운 나라들은 없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 ‘남미의 유럽’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는 백인이 인구의 97%를 차지한다. 공용어는 스페인어다. 반면 브라질은 백인 47%, 혼혈 43%, 흑인 8% 등으로 구성된 다인종 국가다. 공용어는 포르투갈어다. 양국은 인종, 문화, 언어 등에서 차이가 크다. 국민감정 역시 썩 매끄럽지 못하다. FC바르셀로나 시절 팀 후배 메시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호나우지뉴(브라질)는 “메시는 브라질인이 좋아하는 유일한 아르헨티나인”이란 말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 양국의 축구팬 갈라놓은 1978아르헨티나월드컵

축구에서도 양국의 자존심 싸움은 대단하다. 특히 1978아르헨티나월드컵은 서로의 감정이 격해진 결정적 계기였다. 당시 2라운드에서 양국은 마지막 1경기를 남기고 모두 1승1무를 기록 중이었다. 브라질은 2라운드 3차전에서 폴란드를 3-1로 꺾으면서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다.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올라가기 위해선 페루를 최소 4골차 이상으로 꺾어야 했다. 불가능해 보였지만, 아르헨티나는 기적 같은 6-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결승에서도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했다. 진위 여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페루-아르헨티나전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아르헨티나 비델라 군사정권이 부채 5000만달러를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페루선수들을 매수했다는 설, 무상으로 3만5000톤 이상의 곡물을 페루에 전달하고 승부를 조작했다는 설 등이 있다. 당시 분노를 삭이지 못한 브라질 팬들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페루영 사관을 공격하기도 했다.

● 남미의 진정한 맹주는 누구?

1930년 제1회 대회 준우승 이후 1974년 제 10회 대회까지 월드컵 4강 문턱 한번 밟지 못했던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의 우승을 발판 삼아 세계축구의 중심부로 도약했다. 그러나 여전히 브라질 팬들의 정서는 당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인정하지 않는다. 월드컵 최다 우승(5회·1958·1962·1970·1994·2002년)에 빛나는 삼바 군단이 진정한 남미축구의 맹주라는 것이다. 과연 이번 대회에선 누가 웃을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토너먼트에서 순항할 경우 결승에서야 맞붙을 수 있다. 양 팀의 선봉장 메시와 네이마르는 이미 조별리그에서 예열을 마쳤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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