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사이언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비밀은 ‘팀 응집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7일 06시 40분


‘팀 스포츠’인 축구는 구성원들 사이에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종목이다. 2002한일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세계적 스타 1명 없이 4강 신화를 이뤘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팀의 목표를 향해 단단하게 결속한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팀 스포츠’인 축구는 구성원들 사이에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종목이다. 2002한일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세계적 스타 1명 없이 4강 신화를 이뤘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팀의 목표를 향해 단단하게 결속한 덕분이다. 스포츠동아DB
팀의 수행 능력 ≠ 개개인 능력의 합계
선수들 응집 위해선 지도자 역할 중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도 큰 역할

배드민턴 복식경기는 단체종목일까, 개인종목일까? 개인종목이다. 경기 중 선수를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 중 선수 교체 가능 여부로 이를 구분한다.

축구는 당연히 팀 스포츠다. 팀 구성원들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 경기가 펼쳐진다. 2002한일월드컵 때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선수는 없었지만 4강 신화를 일궜다. 아시아권 국제회의에 가보면 각국 대표들로부터 지금도 종종 “정말 놀라운 성취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다면 심리학적 측면에서 팀 스포츠 수행 시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들은 무엇일까.

팀의 수행은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산술적으로 합해져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즉, 구성원의 능력이 뛰어나도 팀 수행은 신통치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스타이너(Steiner) 이론에 따르면, 이는 잘못된 집단 내 상호작용 과정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팀의 수행과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일치하지 않는 데 따른 손실은 협응손실과 동기손실로 구분된다. 협응손실은 비효율적 전략 사용과 시간의 부조화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이고, 동기손실은 팀 수행 시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손실이다. 집단 수행 시 개인들이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을 특히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가능하면 팀에 대한 개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운동종목 특성상 사회적 태만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확실히 인식시켜주고, 구성원들끼리 태만에 대해 자주 토의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팀 응집(cohesion)이란 팀이 목표를 추구해가면서 단단하게 결속돼가는 역동적 과정을 말한다. 팀 응집은 과제응집과 사회적 응집으로 나뉜다. 과제응집은 과제목표 성취를 향해 팀으로서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응집은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호간의 매력(attraction)이다. 팀의 선수 각자가 따로 따로 운동을 수행하는 종목에서보다, 축구처럼 상호작용이 계속 이뤄지는 종목에서 더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도자는 응집을 강하게 하기 위해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하고, 팀 내 소집단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도록 격려해야 한다. 또 구체적이며 도전적인 형태로 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팀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비판적인 소파벌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12년 전에 비해 성장환경이 훨씬 여유로워진 지금의 대표선수들에게는 전체우선감의 약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개인에 앞서 전체를 강조하며 그 효과를 기대하는 것에는 교육적·윤리적 문제가 수반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부유하고 개인중심적인 성장환경을 지녔던 서구 선수들에게서도 월드컵 때는 전체중심적인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의 월드컵은 확실히 국가간 ‘무기 없는 전쟁’이다. 개인 기량 면에서 서구 선수들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은 우리는 그런 방향에서 특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김용승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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