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괴한과 싸우고 애인이 성시경과 바람난 꿈,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20시 00분


코멘트
With Specialist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현몽우답
꿈은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내면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가 내려주는 명쾌한 꿈풀이는 심리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다. 꿈의 내용을 적어 이메일 chinchin@donga.com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김현철 선생의 꿈 해석을 받을 수 있다. -편집자 주

Case 1 흉기를 들고 쫓아오는 괴한을 죽이는 꿈
현몽 요즘 꿈에서 계속 사람들이 흉기를 들고 저를 죽이려고 쫓아와요. 저도 죽지 않으려고 그 사람들을 엄청 잔인하게 죽여요. 작년부터 반복적으로 꾸는 꿈인데, 너무 생생하고 잔인해서 잠들기 무서울 때도 많아요.
우답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게다가 반복적으로 꾼다니 저 역시 잠들기 무서울 것 같습니다. 악몽은 사실 내면의 갈등이나 정서를 처리하는 순기능이 있습니다만 반복적으로 자주 꾼다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만의 특성인지 다른 나라에 비해 정서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은 진료실에서 매우 흔히 접하는 꿈 중에 하나입니다.
쫓기는 사람도 나요, 쫓는 사람도 나입니다. 내가 또 다른 나를 두려워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게다가 꿈속에서 나를 쫓는 사람들도 많고 흉기까지 들었습니다. 욕정, 시기, 불만, 질투, 증오라는 이름의 칼과 창을 들고 내면의 ‘또 다른 나’들이 억압을 견디지 못해 봉기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꿈속 자아(自我)는 마냥 쫓기지만은 않고 있네요. 대신 그들과 싸우며 마치 ‘그들처럼’ 잔인하게 죽이고 있네요. 꿈속의 그들과 싸우는 게 그저 쫓기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꿈에서 누군가와 싸운다는 건 불안의 원인이 되는 또 다른 나와 만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저 외면하는 것이 아니므로 심리 안정뿐 아니라 인격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속 주인공이 아크란이란 새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날려면 먼저, 흉기처럼 뾰족한 부리로 죽이려 덤벼드는 아크란과 싸워야 했던 걸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일상에서 정서 불안을 겪고 있으나 일종의 성장통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언제나 내면의 나는 변화무쌍하게 변해야 합니다. 낡아빠진 나는 죽어야 하고 새로운 나로 항상 거듭나야 합니다. 현재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악몽이 너무 심해 장기간 수면을 방해할 정도라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물론, 불면증 그 자체가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불안을 타깃으로 말이죠.

Case 2 여자친구가 성시경과 바람이 났다!
현몽 현실에서는 저만 바라보던 여자친구가 꿈에서 갑자기 저에게 무관심하게 변하더니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났더라고요. 바람피운 상대는 알고 보니 저보다 키도 크고 유명한 가수 성시경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냐, 성시경이 좋냐 단도직입적으로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니 성시경이 좋다면서 쌩~하고 가버리더라고요. 이건 무슨 꿈이죠?
우답 연애 관계에 있을 때 흔히 보는 처벌몽(處罰夢)을 꾸신 모양입니다. 꿈은 자신의 소망과 응징을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우리 마음은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며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보기만 해도 답답함이 해소가 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꿈에서는 ‘받아들이기 버거운 욕정’이 그 본질입니다. 성시경 씨에게 끌린 건 여자친구가 아니라 실은 사연 주신 본인입니다. 우리 무의식은 자웅동체이므로 동성애든 이성애든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이 꿈에서 미루어 보건대, 그 무의식적인 동성애의 뿌리는 평소 성시경 씨같이 키도 크고 감성적인 분에 대한 시기심인 것 같습니다. 현재 본인 스스로를 정도 이상으로 초라하게 느끼고 계신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두 번째는 바람을 피우고 싶은 금지된 소망입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내면에서 지금의 여자친구 말고 다른 데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다른 여성과의 연애 관계일 수도 있고, 더 확장된 나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개인적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정서적 충만은 애인에게서만 찾을 수는 없습니다. 자아실현을 위한 나만의 시간과 활동을 우선으로 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 바탕이 돼야 내가 사랑하는 그녀와의 관계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서 모든 것을 다 찾으려는 건 달콤하지만 자칫 안일하게 될 뿐 아니라 서로에게 실망한 나머지 관계가 틀어지기 쉬우니까요.

Case 3 끝도 없이 늘어선 문을 계속 열기만 한다
현몽 주말에 피곤해서 낮잠을 자는데, 수십 개의 문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하나하나 열어보고 있었어요. 문을 열어도 특별한 것은 없고, 끊임없이 문을 열고, 또 다음 문을 열었죠. 계속 문만 열어보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피로를 풀려고 잠을 잔 건데, 그런 꿈을 꾸고 나니 오히려 머리가 더 복잡해지더라고요.
우답 영화 ‘매트릭스2-리로리드’를 보면 키메이커(열쇠 만드는 사람)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한국계 배우가 맡은 역할이라 더 관심이 가기도 했었죠. 어쨌든 이 영화에서 문은 세상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때 꼭 필요한 통로였습니다. 그래서 악당과 주인공은 일제히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공을 서로 차지하려 했던 것이죠.
내면세계도 마찬가지라서 문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공간을 서로 구분 짓고 이동할 수 있는 구조물이므로 결국 지금의 환경과 또 다른 환경 중에 선택할 수 있음을 상징합니다. 일상에서 많이 피곤하셨던 걸로 미루어 보건대 주 중에 갈등 상황에 많이 노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십 개의 문이 꿈에 등장했고 끊임없이 열어보신 걸로 보아 지금의 삶의 패턴이 아닌 뭔가 다른 패턴으로 향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문만 즐비할 뿐 문을 열어서 별 것이 없었습니다. 삶을 향한 다른 태도를 가지려는 의지는 있으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큰 탓에 문 뒤의 공간이 특별한 게 없는 모습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만약 다음에 꿈을 꾸실 때 열린 문틈으로 밝은 빛을 보셨다면 반드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초월과 성장을 의미하니까요.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와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등이 있다.

글·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사진·REX 제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