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롤스로이스 vs 미니… 힘과 여유 vs 멋과 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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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기자 롤스로이스 타보다, 男기자는 미니를…

롤스로이스 ‘레이스’(왼쪽), 미니 ‘쿠퍼S’(오른쪽)
롤스로이스 ‘레이스’(왼쪽), 미니 ‘쿠퍼S’(오른쪽)
《 국내에서 ‘회장님 차’로 대변되는 롤스로이스를 타는 여성은 두 명으로 추정된다. 롤스로이스모터카 서울 청담전시장에서 “아내에게 줄 선물”이라며 사간 남성이 두 명 있었다는 게 근거다. 롤스로이스와 대조적인 차로는 ‘강남 아가씨 차’로 통하는 미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 ‘여성과 롤스로이스’, ‘남성과 미니’는 어떨지 본보 기자들이 체험해봤다. 》

롤스로이스는 해외에서도 여기자가 시승한 사례는 거의 없다. 여성을 고객군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여전히 크지만 ‘고스트’보단 작고 날렵한 ‘레이스(Wraith)’가 지난해 10월 나왔기 때문. 그래서인지 인도에서 레이스 1대가 여성에게 팔렸다. 그래서 동아일보 강유현 기자가 국내 여기자 최초로 롤스로이스를, 그 중에서도 레이스를 타봤다.

강홍구 기자는 큰 덩치 때문에 소형차 시승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수입차업체들이 줄줄이 소형차를 선보인 와중에도 기자는 소형차에 높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7년 만에 나온 3세대 미니는 달랐다. “새로 나온 미니 쿠퍼가 어떤가”라는 지인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그래서 내실을 키워 돌아온 미니의 최상급 모델 ‘쿠퍼S’를 시승해봤다.

차체 길이 5629mm 레이스와 3850mm의 쿠퍼S. 둘 다 영국 태생이지만 ‘극과 극’인 두 차를 비교해봤다.

“이보다 더 우아할 수 없어” vs “이보다 더 앙증맞을 수 없어”

레이스와 쿠퍼S는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차다.

레이스가 길거리에 나타나자 행인들의 시선은 ‘패스트백’에 꽂혔다. 지붕에서 트렁크 끝까지 유선형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뜻한다. 팬텀과 고스트 옆선이 남성의 다부진 어깨를 연상시킨다면 레이스는 여성의 매끈한 등을 연상시켰다. 전체적 형상은 미사일을 생각나게 했다.

보닛에서 지붕, 패스트백으로 이어지는 은빛 상반신, 아래를 떠받치는 남빛 하반신으로 구성된 투톤 컬러는 세련된 느낌이었다. 롤스로이스 엠블럼 ‘환희의 여신상’은 5도 앞으로 숙여져 있어 쿠페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레이스의 우아함은 차를 타고 내릴 때가 절정이다. 일반 차 문은 뒤가 열리지만 레이스는 앞이 열린다. 바로 ‘코치 도어’다. 몸을 가볍게 숙이며 문을 밀고 내리는 여성의 자태는 꽤 섹시할 듯하다. 문을 닫는 법은? 좌석 옆 ‘도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닫힌다.

이제 쿠퍼S를 타볼까? 강홍구 기자는 신호등에 걸려 차를 세울 때마다 열어놨던 창문을 닫아야 했다. 옆 차로에 선 운전자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닫히는 창문 너머로 “저게 이번에 새로 나온 미니 쿠퍼인가 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구리를 연상하게 하는 앙증맞은 외관 디자인은 3세대 모델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앞뒤로 볼륨감이 넘치는 미니 쿠퍼의 외관은 당장이라도 차를 타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차체 크기도 이전 모델 대비 길이, 폭, 높이가 각각 98mm, 44mm, 7mm 늘어났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를 꾀한 내부 인테리어와 달리 3세대 모델의 외관 변화는 크지 않았다. 안전성 강화 차원에서 주간 주행등을 새로 장착하고 전면부 공기흡입구를 넓힌 정도다.

쿠퍼S는 2인 탑승에 최적화된 차였다. 실내 공간부터 눈길이 갔다. 평소 습관대로 운전석 위치를 조절하고 보니 뒷좌석에는 사람이 앉을 만한 충분한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기자가 비교적 운전석을 넓게 사용하는 편임을 감안하고 좌석 위치를 앞으로 당겨 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차량에 두 명만 탄다고 가정하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운전석은 주행 중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편이었다. 이전 모델 대비 32% 늘어난 트렁크 공간(211L)도 두 명이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미니 쿠퍼의 좁은 전면 유리창은 중형 세단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불편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면 시야가 좁다 보니 횡단보도 앞에 차가 걸렸을 때 허리를 숙여 신호등을 보는 수고를 반복해야 했다.

육중한 몸체의 섬세함 vs 앙증맞은 체구의 터프함

‘워프터빌리티(waftability).’ ‘waft(공중에서 부드럽게 퍼지다)’와 ‘ability(능력)’의 합성어다. ‘마법의 양탄자 같다’는 뜻으로 롤스로이스의 승차감을 표현하는 단어다.

레이스의 가속 페달을 밟자 2360kg짜리 차체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페달을 세게 밟으니 ‘우우웅∼’ 배기음이 낮게 깔렸다. 최고 출력이 624마력, 최대 토크가 81.67kg·m로 롤스로이스 중 가장 주행성능이 강력한데도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었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올라탄 올림픽대로의 울퉁불퉁한 1차로에서도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탑승자 움직임을 감지해 평행을 유지해줬기 때문이다.

하이힐을 신고도 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속 페달은 밟지 않고 까딱까딱 건드리기만 해도 차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시속 100km에서 페달을 절반 정도 밟으니 약 2초 만에 150km로 올라갔다. 브레이크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속력이 줄었다.

레이스에는 RPM 대신 차에 남아있는 힘을 알려주는 ‘파워리저브(PR)’ 계기판이 있다. 시승 내내 이 눈금은 최고치 100에서 시작해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스티어링휠은 부드럽고 가벼웠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고속에선 묵직해졌다. 얇아 손에 쥐기 편했다. 감촉도 좋았다.

뒷좌석에 앉으니 파노라마 영상이 펼쳐졌다. 앞, 뒷좌석의 창문 사이에서 차체를 지지하는 중간 기둥(B필러)이 없기 때문이다. 음악을 틀자 등 뒤에서 ‘렉시콘’ 스피커를 타고 풍부한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쿠퍼S는 작은 몸체와 달리 주행성능이 돋보였다. 쿠퍼S를 타고 올림픽대로에 들어서 서서히 속도를 높이자 2L급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쿠퍼S의 매력이 본격 발휘됐다. 스티어링휠 움직임에 차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 우아한 인테리어 vs 재미있는 운전 ▼

롤스로이스 ‘레이스’의 내부 모습.
롤스로이스 ‘레이스’의 내부 모습.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스포츠 모드였다. 모드 전환에 따른 주행 성능의 차이가 다른 차량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일반 차량의 스포츠 모드가 100에서 120으로 주행 성능을 높인다면 쿠퍼S의 스포츠 모드는 100에서 140 정도로 강해진 느낌을 줬다. 당장 고속도로로 차를 몰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열악한 승차감은 3세대 모델에도 과제로 남는다. 노면의 상태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승차감이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쿠퍼S의 미래에도 물음표가 붙을지 모른다.

예술품 vs 색채의 향연

레이스의 창문을 여닫는 버튼,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은 플루트 구멍을 막는 키를 연상시킨다. 통풍구 조절 버튼은 피아노를 조율하는 부품처럼 생겼다. 인테리어는 상처가 없는 가죽으로 꾸미기 위해 고산지대에서 방목한 소만 쓴다. 그래서 차 1대를 꾸미는 데 소 16마리가 들어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내 가죽도 투톤 컬러로 꾸밀 수 있다.

눈에 띄는 옵션 중 하나는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다. 장인이 천장에 1340개의 광섬유를 손으로 꿰매 불이 켜지면 우주 속에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운전석 옆 펜더엔 우산이 들어있어 소나기가 내릴 때 유용하다.

배기량은 6592cc, 12기통 V형 엔진에 트윈 터보차저를 달았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4.6k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4.6초가 걸린다. 최고 시속은 250km다.

가격은 3억90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승한 차는 4억6000만 원짜리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차선 이탈 경보장치, 상향등 조절장치, 내외장 투톤 컬러, 다이아몬드 커팅 휠, 통풍시트, 헤드레스트의 ‘R’ 로고, 시트에 흰 띠로 포인트를 준 ‘파이핑’ 등이 추가됐다.

쿠퍼S는 이전 모델에 비해 내실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차에 타자마자 센터페시아 하단에 달린 토글스위치 형태의 빨간 시동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미니의 유전자와도 같은 토글스위치를 시동 스위치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둘러싼 발광다이오드(LED)링도 인상적이었다. 주행 중 냉방장치 세기나 라디오 음량 등을 조절할 경우 LED링에 다양한 색이 들어와 운전하는 재미를 높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던 속도계가 스티어링휠 뒤로 자리를 옮긴 것 또한 이전 세대 모델과 다른 점이다. 가격은 쿠퍼가 2990만 원, 쿠퍼 하이트림이 3720만 원, 쿠퍼S가 4240만 원이다.

강유현 yhkang@donga.com·강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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