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리모델링 조기영 신부-이민 건축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조 “도심속 영성센터 제역할 다할것”, 이 “성인의 청빈정신 건물에 오롯이”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프란치스코 상 앞에 앉은 건축가 이민 씨(왼쪽)와 조기영 신부. “스님과 신부 같다”고 하자 두 사람은 파안대소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의 프란치스코 상 앞에 앉은 건축가 이민 씨(왼쪽)와 조기영 신부. “스님과 신부 같다”고 하자 두 사람은 파안대소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프란치스코 성인(1182∼1226)의 정신을 건물에 살려 달라는 큰 ‘숙제’를 내드렸죠.”(조기영 신부·46)

“덧칠하거나 꾸미지 않은, 가난한 건축의 미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정동길 막내에 속하는 건물인데 주변과의 스킨십에도 신경을 썼습니다.”(건축가 이민·59)

최근 증개축 완공미사를 거행한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얽힌 신부와 건축가의 대화다. 20일 오후 만난 두 사람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본산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대한 증축과 리모델링이 결정된 뒤 300일 동안 이 쉽지 않은 숙제를 푸느라 골머리를 앓았다고 했다.

1988년 작은형제회에 입회한 조 신부는 신학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1998년 종신 서원을 했다. 이손건축의 공동 대표인 이민 씨는 기존 유치원의 틀을 깬 파격적인 일련의 유치원 설계로 화제를 모아온 중견 건축가다.

이들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이 주는 부담은 작지 않았다.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서 출생한 프란치스코 성인은 청빈과 헌신의 삶으로 가톨릭사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종’ ‘제2의 그리스도’로 불린다. 예수회 출신인 현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한 첫 교황이다.

자연스럽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이 화제가 됐다. “청빈과 겸손이 몸에 밴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수도회 역시 매일 심각한 숙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대로 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이죠.(웃음)”(조 신부)

스님을 연상시키는 외모의 건축가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사실 교황의 말씀은 바로 성경의 말씀이죠. 그러면 그게 예수님의 말씀인데 세상은 프란치스코 교황만 주목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프란치스코 회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6, 7층을 증축했고, 여기에 작은 소성당과 공연장, 묵상실이 들어섰다.

“김원 선배의 작품을 리모델링하는 것이라 부담이 작지 않았어요. 프란치스코 회관의 주요 재료인 벽돌과 어울리는 목재와 금속을 이용해 작업했습니다. 첫 종교 건축이지만 내 집처럼 설계하고 시공했어요.”(이 씨)

“프란치스코 회관은 이전에도 열린 공간이었지만 앞으로 더욱 시민들에게 다가설 겁니다. 성당과 공연장을 통해 도심 속 문화영성센터의 역할을 하겠습니다.”(조 신부)

작은형제회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창립한 수도회로 성인 사후 작은형제회, 콘벤투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카푸친 작은형제로 나뉘었다. 이들 중 국내에 비교적 알려진 작은형제회는 1937년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해 현재 170여 명이 국내외에서 수도와 봉사의 삶을 살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이민#조기영#건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