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속 단상이 책으로… SNooK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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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일상 기록, 색다른 감동 선사

《 “Book을 내고 싶다면 ‘face book’부터 해라!”
최근 출판계에 유행하는 말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책들이 예상보다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       
        

○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올라

6월 셋째 주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2위는 에세이집 ‘어떤 하루’(프롬북스)가 차지했다.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에서도 2위에 오른 이 책은 20대 중반의 평범한 청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묶어 낸 것. 저자 신준모 씨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소소한 일상을 날것 그대로 올렸다”고 말했다.

이 밖에 1월 이후 출판된 ‘시가 있는 밥상’(인사이트북스),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행성:B잎새), ‘너의 세계를 스칠 때’(알에이치코리아), ‘이 미친 그리움’(예담), ‘힐링’(열림원), ‘당신이 사는 달’(김영사온) 등도 SNS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출판계에 ‘스눅(SNook)’이란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SNS와 책(Book)을 합친 신조어로, 2007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블룩(blook·blog+book)’이란 용어의 사촌쯤 된다.

‘스눅’의 장점은 ‘친밀감’과 ‘진솔함’이다. 회사원 최재현 씨(38)는 “SNS 속 글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친구나 가족을 대상으로 쓰여 무겁지 않고 편안하다”라며 “SNS 글을 묶은 책도 비슷한 장점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떤 하루’의 경우 무전여행, 가족, 친구의 일상 소재를 담백하게 풀어냈다. ‘시가 있는 밥상’은 밥상 사진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다뤘다.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도 평범한 여성의 일과를 논어, 맹자 등 고전에 접목시켰다.

○ 진입장벽 낮췄지만 ‘책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도…

‘스눅’이 활성화되면서 SNS를 뒤져 좋은 글과 작가를 찾는 출판사도 많아졌다. 민음사 관계자는 “SNS에서 호응을 얻은 글은 이미 강력한 독자층을 확보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판매는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SNS 속 ‘좋아요’ 횟수나 댓글을 통해 독자층과 반응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판매량 예측도 가능하다.

작가들도 ‘스눅’을 반기는 분위기. 시인 김주대 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시가 인기를 얻자 투자자를 모집했고 그 후원금으로 시집(‘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을 출판했다. 김 씨는 “SNS를 통해 독자의 반응을 직접 보게 되면 기분이 좋고 창작 의욕도 강해진다”고 밝혔다.

‘SNS→책’ 전환 작업엔 3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와 상의해 SNS 내용 중 비문이나 틀린 사실을 바로잡는 등 개고(改稿) 과정을 거친다. 프롬북스 서진 편집장은 “글이 너무 짧아 페이지를 채우기 어려울 경우 비슷한 주제의 여러 글을 하나로 합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툭툭 던지는 문체나 솔직담백한 표현은 최대한 살린다. 글과 글 사이에 각종 삽화를 보강해 텍스트로 빽빽이 채워졌다는 종이책의 느낌을 줄이기도 한다. ‘행성:B잎새’의 박효진 편집자는 “유료 콘텐츠인 책은 공짜로 보는 SNS 글과는 다르다”며 “책으로 출판돼도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현재는 주로 시나 수필이 많지만 앞으로는 200자 원고지 10장 정도의 SNS 소설도 책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한다. 예스24 김희조 도서 담당 MD는 “짧은 문장과 빠른 피드백, 공감이란 키워드가 있어야 독자의 마음이 열린다”며 “SNS 글이 다양해지면서 책으로 출판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책이 SNS 콘텐츠와 다를 게 없어지면 장기적으로는 독서 인구가 더욱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종합베스트셀러#어떤 하루#페이스북#SNook#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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