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내 아이에 무슨 일 생길라… 커지는 ‘외자녀 불안증후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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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못 떼어 놓겠어
세월호 GOP 등 잇단 사건사고에… 외동아들-딸 키우는 부모 걱정 늘어
40대 중반이후 여성들 불안 심해… “방치땐 우울증… 가벼운 상담 좋아”

“아…, 군대에 갔지.”

50대 주부 A 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아들의 빈방으로 달려간다. 6개월 전 금지옥엽으로 키운 외동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생긴 습관이다.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한 A 씨는 매일 편지 한 통을 쓰며 그리움을 달랜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군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아들 걱정으로 인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다. 위로가 필요했지만 A 씨를 지켜보는 남편 B 씨는 “아들이 죽으러 갔어? 이제 그만 좀 해”라며 일갈하기 일쑤.

A 씨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최근 온라인 홍보대행 아르바이트까지 시작했지만 우울증과 불안감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A 씨는 20대 후반 산모 시절 겪었던 우울증이 30년 만에 다시 찾아와 최근 병원을 찾았다. 그는 “내가 둘째를 낳지 않은 게 이렇게 한이 될 줄은 몰랐다”며 한탄했다.

서울의 한 대학 수학과 여교수 C 씨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그는 지난달 외동아들을 호주로 어학연수 보내는 문제로 남편, 외동아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호주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결국 아들의 어학연수를 취소하기로 결심했다. 아들은 “쓸데없는 일로 아들 발목을 잡는다”며 반발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GOP 총기 사고 등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외자녀를 둔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른바 ‘외자녀 불안증후군’.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동아들·딸을 키우는 부모는 다자녀를 둔 사람에 비해 ‘혹시 우리 아이가 사고를 당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상대적으로 많이 한다”며 “이런 걱정이 반복되면 걱정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불안감 또는 우울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외자녀 불안증후군은 일종의 불안장애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나 아주 사소한 문제를 큰 문제로 인식하는 범불안장애, 애착을 갖고 있는 대상과 분리될 때 느끼는 분리불안장애로 볼 수 있다. 특히 외자녀 불안증후군은 가임기간이 지나 둘째를 갖기 어려워진 40대 중반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소 자녀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컸던 부모일수록 불안을 크게 느낄 수 있다”며 “최근의 안전사고들이 이런 부모들의 불안을 증폭시켰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자녀 불안증후군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심리상태까지 위축시킨다. 부모가 자녀들의 새로운 도전이나 외부 활동을 차단하면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가진 부모는 정작 자신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외자녀 불안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내 자식을 걱정하는데 남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치료받을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가벼운 상담이라도 받는 것을 권한다. 상담과 함께 부모와 자녀가 의도적으로 단기간 떨어져 지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녀와 부모가 분리와 밀착을 반복하면서 애착 정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최지연 기자
#외자녀 불안증후군#GOP#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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