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을 다시 일으킨 ‘-50g’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6일 06시 40분


코멘트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단언컨대, 최근 가장 ‘임팩트’가 강한 타자는 한화 김태균(32)이다. 딱 50g만큼의 무게를 덜어내고 더 큰 힘과 지혜를 얻었다.

김태균은 6월에만 16경기에서 타율 0.390, 홈런 7개, 2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냥 수치상 성적만 좋은 것도 아니다. 21일 대전 LG전에서는 8회말 역전 3점홈런, 24일 대전 롯데전에서는 9회말 끝내기 2점홈런을 각각 터트려 ‘해결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4월에 4할, 5월에 5할이었던 장타율도 6월 들어 8할대까지 높아졌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장타가 없다는 이유로 고민했던 타자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남몰래 속을 끓여야 했다. 6월의 부활은 당시의 깊은 고민과 무심코 던진 아내의 한 마디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태균은 25일 경기에 앞서 “집에서 하도 야구 때문에 힘들어 하니까 지난달 중순 쯤 아내가 아무 생각 없이 ‘너무 무거운 배트를 쓰는 거 아냐?’라고 묻더라. 20대 때와는 달리 지금은 그런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며 “폼도 바꿔 보고 애를 많이 써봤는데도 답이 안 나왔는데, 그 얘기를 듣고 포수 엄태용이 쓰던 좀 더 가벼운 배트를 빌려서 경기에 나갔더니 스윙이 간결해지면서 좋은 타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며칠 뒤 시즌 첫 만루홈런(9회 4점)도 쳤다”고 귀띔했다.

사실 그동안 김태균에게 배트 무게는 ‘자존심’과도 같았다. 2012년 한때는 1kg짜리 배트를 사용했을 정도다. 올해도 시즌 초반까지는 930g짜리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섰다. 그는 “체격이 커서 그런지 예전부터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930g짜리 배트를 후배가 쓰던 880g짜리로 바꿔 들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김태균은 그 후 한 달 사이에 올 시즌 홈런 9개 가운데 8개를 몰아쳤다. 그는 “이전에는 내 스윙이 마음에 안 들고 안타가 나와도 만족이 안 돼서 늘 고민만 했다. 그런데 야구는 이렇게 늘 엉뚱한 데서 해답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슴을 짓누르던 중압감은 이제 날아갔다. 더 높이 날아오를 일만 남았다. 김태균은 “그동안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가서 더 잘 안 풀렸던 부분도 있다. 이젠 힘을 빼고 치니 스윙이 한결 간결해지고 스피드도 더 붙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끝내기홈런은 잊고 다시 4번타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