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리포트] 꼬인 실타래 ‘플랜B’로 풀어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6일 06시 40분


한국은 27일(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전에서 최소 2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16강 진출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태극전사들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꺾어줘야만 가능하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한국은 27일(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전에서 최소 2골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16강 진출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태극전사들이 혼연일체를 이루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꺾어줘야만 가능하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이미 노출된 전략…벨기에전 새 전략 필요
김신욱·이근호 등 예상밖 선발 기용 대안
집중훈련한 세트피스, 이번엔 결실 맺어야

‘홍명보호’는 2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H조 최종 3차전을 치른다. 말이 필요 없는 승부다. 무조건 이기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로 비긴 뒤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2-4로 완패해 16강행에 적신호가 켜진 한국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초라한 내용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잔뜩 ‘꼬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야 한다.

● 수비형 공격수?

축구팬들 사이에 돌고 있는 표현이 있다. ‘수비형 공격수’다. 러시아전을 마친 뒤 홍명보 감독이 남긴 코멘트에서 비롯됐다. ‘원톱 박주영(29·왓포드)이 다소 빨리 교체된 이유’에 대한 물음에 홍 감독은 “전방에서 수비적인 부분을 잘해줬다”는 조금은 엉뚱한 답을 했다. 골을 넣어야 할 스트라이커가 슛을 날리지도 못한 채 물러난 까닭에 박주영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알제리전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대에 못 미쳤다. 2경기에서 불과 116분을 뛰었다. 2경기에서 시도한 슛은 알제리전 후반의 1회뿐이었다. 결국 ‘수비형 공격수‘는 조소 섞인 표현이다. 공교롭게도 박주영 대신 투입된 동료들은 펄펄 날았다. 러시아전에선 이근호(상주)가 대표팀에 짜릿한 대회 첫 골을 선물했고, 알제리전에선 김신욱이 제공권을 바탕으로 제몫을 해냈다.

그동안 홍 감독은 박주영에게 무한신뢰를 보내왔다. 그 상징적 장면이 3월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나왔다. 숱한 논란 속에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박주영은 그림 같은 골로 홍 감독에게 보답했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한 축구인은 “후방에서 침투된 볼을 바운드 없이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할 수 있는 건 박주영이 유일하다는 게 홍 감독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박주영이 원톱으로 뛰는 이유는 이렇듯 탁월한 골감각 덕분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월드컵에서만큼은 실망스러운 모습뿐이다. 홍 감독의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 전술적 유연성&세트피스

벨기에대표팀을 전담 취재 중인 프랑스 축구전문지 레퀴프의 블라이스 라파엘 기자는 마크 빌모츠 감독에 대해 “창의적 전략가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한국전 선수 구성은 다소 바뀔지언정, 포메이션을 비롯한 기본 전략까지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라파엘 기자는 “빌모츠는 월드컵 예선과 A매치에서 항상 같은 전술을 고수해왔다”고 설명했다.

홍명보호도 크게 다르진 않다. 포메이션은 4-2-3-1에서 거의 변함이 없었고, 출전 선수도 부상 등으로 인한 교체 자원만 일부 투입됐을 뿐 대부분 비슷했다. 벨기에처럼 막강 전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홍명보호는 가지고 있는 ‘패’를 꽤 오래 전부터 노출시켜왔다. 최초의 계획에서 차질이 빚어지면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데, 그러기까지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많다. 적어도 벨기에전에선 플랜B도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알제리전이 더욱 아쉬웠던 이유는 한 골이라도 추격했어야 할 전반 45분을 그대로 허비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라진 ‘세트피스 효과’도 고민해야 한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허정무호’는 세트피스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16강까지 4경기에서 뽑은 6골 중 4골이 세트피스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전혀 없다. 유독 잦았던 비공개 훈련에서도 세트피스를 집중적으로 연마해놓고도, 지금까지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알제리전에선 세트피스로 실점했다. 벨기에전에선 세트피스 훈련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상파울루(브라질)|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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