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재구성]옛 축구놀이에 쓰인 돼지오줌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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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면 고약한 냄새 뒤집어 쓰는 ‘폭탄 돌리기’

“나 어릴 땐 말이야, 돼지 오줌보로 축구를 했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월드컵 경기를 보다 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서 돼지 오줌보에 관한 추억을 듣곤 한다. 정말 돼지 오줌보로 축구가 가능할까?

‘돼지 오줌보 축구’(사파리)란 책을 쓴 이춘희 작가는 가능하긴 하지만 ‘폭탄 돌리기’ 게임으로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우선 돼지 오줌보 표면의 기름기를 떼어내 고무장갑처럼 질겨지길 기다린다. 그러곤 바닥에 놓고 신발로 살살 문지르면 안에 있는 오줌이 빠져나온다. 빨간 실핏줄이 드러나고 손바닥만 한 크기가 된다. 이후 관 형태의 밀짚대로 바람을 넣으면 축구공처럼 빵빵해진다. 바람을 넣은 뒤 끄트머리는 풍선처럼 매듭을 맨다.

다만 이 상태에서 축구를 하면 풍선처럼 방방 뜰 뿐 패스, 드리블이 어렵다. 과거 시골 소년들은 오줌을 5분의 1 정도 남겨두곤 했다. 오줌을 남겨 놓은 채 바람을 넣으면 무게감이 생겨 드리블이나 패스가 가능하기 때문. 문제는 이 공이 터질 때다. 이 작가는 “오줌보가 질겨서 20∼30분가량 차도 터지지 않지만 돌부리에 차면 터지게 되고 상대에게 오줌이 튄다. 마치 시체 썩는 듯한 지독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이 오줌보 공을 상대에게 차서 터지게 하는 짓궂은 놀이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축구가 소개된 것은 1882년(고종 19년). 인천 제물포에 영국 군함 ‘플라잉 피시’ 가 입항했고 심심풀이로 축구를 하던 영국 승무원이 두고 간 축구공을 아이들이 찬 것이 시초라는 설이 유력하다. 돼지 오줌보 축구의 역사는 더 길다. 삼국유사에는 김유신과 김춘추가 ‘축국(蹴鞠)’을 즐겼다는 기록이 나온다. 축국의 공은 가죽주머니 속에 동물의 털을 넣어서 둥글게 만들거나, 돼지나 소의 오줌통에 바람을 넣어서 찬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돼지오줌보#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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