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주식 1조4000억원 순매수… ‘증시 큰손 왕서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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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서방’(중국인 투자가)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 이어 증시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중국계 자금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1조419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순매수액의 68.3%를 차지했다. 200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최근 6년 반 동안 누적으로 봐도 주식 순매수액이 8조3281억 원으로 중국이 가장 많다.

특히 중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5월 말 기준 13조2000억 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액(97조2000억 원)의 13.6%나 된다. 미국과 룩셈부르크에 이어 3위의 채권 보유국이다.

중국이 한국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6월 중국 정부가 한국을 적격국내기관투자가(QDII·Qualified Domestic Institutional Investor) 투자대상국으로 허가하면서부터다. 5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 가운데 중국의 주식 보유액 비율은 2.2%다. 미국(39.5%)이나 영국(8.3%)에 크게 뒤져 있지만 서구 국가들이 한국에 투자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자본의 유입 속도는 단연 중국이 앞선다.

‘왕서방’은 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을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왕서방의 투자 포트폴리오 안에는 위안화와 달러화 자산이 대부분이라 이를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 증시에 투자되는 차이나 머니는 주로 중국 국부펀드(CIC)와 외환관리국(SAFE) 및 QDII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QDII의 올 1분기(1∼3월) 투자 대상국 중 한국은 전체 투자액의 6%를 차지해 홍콩(55%) 미국(24%)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중국이 아시아 쪽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일본이나 아시아 신흥국 대비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좋고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정숙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홍콩에서 빠져나온 중국계 자금의 상당 부분이 한국 증시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자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의 대기업이나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기업들에 주로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오리온, 롯데쇼핑, CJ, 신세계, 한국콜마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혁 KB자산운용 해외운용본부 차장은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약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섹터 분야가 한국은 강한 것도 중국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자본시장에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기관투자가들에 한해서만 해외 증시 투자가 허용됐지만 조만간 중국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초로 다가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전후로 ‘왕서방’의 한국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통상 지도자의 해외 방문에 발맞춰 해당 국가에 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및 유럽계 자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서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중국계 자금의 증가는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향후 중국계 자금의 유입액이 대폭 늘어나면 중국 경제에서 발생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끼치는 파급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중국인 투자가#한국주식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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