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손’의 발만 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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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후반 5분 골이 한국 첫 슈팅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상대 수비 몰고 다녀 공격도 숨통
빗맞은 슈팅도 구자철 골로 연결돼

이 악문 월드컵 데뷔골 손흥민이 23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5분 알제리 수비수를 따돌리며 한국의 첫 골을 터뜨리고 있다.전반 내내 슈팅 없이 고전했던 한국은 손흥민의 월드컵 데뷔골을 시작으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린 알제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포르투알레그리=GettyImages 멀티비츠
이 악문 월드컵 데뷔골 손흥민이 23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5분 알제리 수비수를 따돌리며 한국의 첫 골을 터뜨리고 있다.전반 내내 슈팅 없이 고전했던 한국은 손흥민의 월드컵 데뷔골을 시작으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전반에만 3골을 터뜨린 알제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포르투알레그리=GettyImages 멀티비츠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침통한 표정이거나 얼이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대표팀의 막내 손흥민(22)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엎드려 그라운드를 주먹으로 몇 번을 내리쳤다. 원통하다는 듯 굵은 눈물을 쏟았다.

손흥민은 23일(한국 시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의 첫 골을 기록했다. 0-3으로 뒤진 후반 5분 중앙선 부근에서 기성용이 길게 올려준 공을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골키퍼 다리 사이로 빠지는 골을 넣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이 넣은 30번째 골이자 자신의 월드컵 데뷔골이었다. 한국에는 골로 연결된 그의 슈팅이 첫 슈팅이었다.

골을 넣은 지역은 일명 ‘손흥민 존’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그는 2013∼2014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면서 12골을 기록했다. 이 중 왼발로 페널티 지역 왼쪽 부근에서 넣은 골이 5골이나 된다. 기본적으로 오른발을 쓰지만 강력하고 정확한 왼발 슈팅이 일품이다. 양발을 자유롭게 쓰기 때문에 수비수가 슈팅의 타이밍을 잡기 힘들어 수비에 애를 먹기 쉽다. 이날도 수비수가 그를 따라붙었지만 그의 슈팅 타이밍을 놓치며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의 골로 한국의 공격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자리인 왼쪽은 물론 중앙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수비수 3, 4명이 그를 에워싸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그가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면서 동료 공격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 공격에 숨통이 트였다. 후반 27분 터진 구자철의 두 번째 골도 그의 슈팅에서 비롯됐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받은 그는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빗맞았고, 이 공을 이근호가 따내 크로스로 연결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첫 골의 기쁨보다는 팀이 패배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한 대로 생각한 대로 잘 안 됐다. 정말 후회가 되고 스스로 너무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해외 매체들은 한국 선수 중 그의 활약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한국 선수 대부분에게 평점 5∼6점(10점 만점)을 준 가운데 손흥민에게 “반짝이는 빛”이라는 평가와 함께 7점을 부여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웹진인 블리처리포트도 “공간이 주어졌을 때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고 골도 기록했다”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7점을 줬다.

영국의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8.8점으로 양 팀 선수 중 최고 평점을 매겼다.

아직 그는 젊다. 최소한 두 번의 월드컵이 남았다. 그 사실이 한국 축구팬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었다.

포르투알레그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손흥민#슈팅#구자철#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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