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好통/임희윤]음원시장 슈퍼甲이 상생의 손 내민 까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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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뮤직 1층에서 열린 ‘EDM 사업설명회’에 현업 DJ와 프로듀서들이 몰렸다. kt뮤직 제공
17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뮤직 1층에서 열린 ‘EDM 사업설명회’에 현업 DJ와 프로듀서들이 몰렸다. kt뮤직 제공

임희윤 기자
임희윤 기자
‘슈퍼 갑’이 ‘을’이나 ‘병’에게 갑자기 밥을 사면 보통 의심을 받게 된다.

월급을 동결하겠다거나 더 시킬 일이 있다거나. 이 두 가지가 대개 후식 먹을 때쯤 되면 갑이 슬슬 꺼내는 단골 메뉴다.

최근 국내 디지털 음원 서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멜론과 kt뮤직이 각각 중소 음반사와 클럽 DJ, 프로듀서들을 정중히 초대해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업계 1위인 멜론은 12일 인디 음반사 대표를 포함한 군소 제작자 70여 명을 초청했다. 장소도 중소 제작자가 많은 서울 홍익대 앞으로 잡았다. 여기에 참석한 한 인디 제작자는 “아이돌이나 큰 가수를 보유한 제작사에 비해 소외감을 느껴왔던 게 사실인데, 행사를 앞두고 몇 번이나 초청 전화를 하고 당일에 기념품을 주면서 대접해 좀 놀랐다”고 했다.

멜론은 24일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다. 가장 큰 변화는 특정 가수의 앨범이나 노래를 어떤 이용자가 얼마나 많이 듣는지에 관한 빅 데이터를 음반 제작자가 멜론에서 건네받고 맞춤 홍보를 할 수 있게 만든 ‘파트너 센터’다.

kt뮤직이 17일 서울시내 클럽 DJ와 프로듀서들을 초청한 것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콘텐츠 생산과 유통 사업 진출 때문이다. 해외 음원을 리믹스해 재창조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DJ들에게 원음원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주고, EDM 차트를 따로 만들어 2차 창작물에 대한 유통과 홍보를 돕겠다는 것이다.

더 멀리서 보면,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이 지난해 론칭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폰의 아이튠스를 보유한 애플의 국내 음원 시장 진입이 시간문제라는 점 역시 변화의 고삐를 당겼다고 볼 수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군소 제작자나 DJ는 이 정도의 선의만으로도 감동적이라고 했다. 한 제작자는 “지금처럼 몇몇 아이돌이나 큰 가수에게 쏠린 시장 상황은 음원 서비스사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 그에 앞서 ‘사람들에게 우리가 아는 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싶다’는 건 음악 장사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 아니겠나”라고 했다.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업계가 갑과 을로 갈라서거나 그중 갑이 뒷짐 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진 손을 모두 뻗어야 한다. 서로를 향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멜론#kt뮤직#사업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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