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과거를 묻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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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장면 1

2006년 8월 1일, 국회 교육위원회.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김병준 교육부총리에 대해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연구 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중복 수령 의혹이 불거져 긴급 상임위가 소집됐다.

한나라당(당시 야당) 주호영 위원이 공세를 취했다.

“시저가 바람을 피웠다고 아내를 추궁했다. 아내가 바람피운 일이 없다고 하자 시저는 바람피운 일이 없어도 이야기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총리는 논문에 대해 최고의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이 와야 된다. 의혹이 있다는 자체가 부총리의 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열린우리당(여당) 정봉주 위원이 막아섰다.

“언론에서 들이대는 잣대로 한다면 교수 출신 의원, 공직에 계신 분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장면 2

2006년 2월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2002년 대선 때 대기업으로부터 32억6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모금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그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한나라당(야당) 정두언 위원이 공격했다.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징역형을 받고 형을 살다가 집행유예로 풀려 나온 사람이기 때문에 준법·도덕성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열린우리당(여당) 조정식 위원은 이렇게 방어했다.

“여야 모두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후보자는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개인 비리는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대통령이 국정 철학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를 코드인사라고 하는 건 트집 잡기 측면도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 이번 달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인선에 대한 여야 반응을 보면 ‘데자뷔(기시감·旣視感)’ 느낌이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이다.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된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부당 수령 의혹이 불거졌다. 이 후보자는 대선자금 전달책으로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전력이 논란이다. 8년 전 김병준, 이상수 장관 때와 비슷해 보인다. 그 사이 여당이 된 새누리당은 이들을 방어하느라 급급하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악당 조커는 배트맨에게 “You complete me”(너는 나를 완성시킨다)라고 말한다. 서로 싸워야 하는 원수지만 상대가 있어야만 스스로를 완성시켜 나갈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다. 정치권에서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통해 완성된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바꿔 봤는데도 서로를 완성시키기는커녕 쳇바퀴 돌듯이 과거 서로 비난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당황스럽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논문#표절#불법 대선자금#김명수#이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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