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의원들이 꺼리는 政피아 방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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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이 기업에 취업할 때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안전행정부 자료를 분석해보니 실제로 법을 지킨 공직자는 절반에 불과했다.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를 안 받고 재취업한 ‘임의 취업자’가 2009년 이래 684명, 같은 기간 재취업한 퇴직관료의 46.4%였다.

▷벌칙이 없어서일까. 2011년부터 임의 취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됐다. 그래도 2011년 이후 임의취업자 227명 중 과태료 부과는 고작 34건에 그쳤다. 고의성이 없거나 생계형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 것이다. 적발돼도 불이익이 별로 없으니 퇴직관료들이 취업심사 의무를 겁낼 리 없다. ‘관피아’로 제2의 인생을 누리는 풍토가 만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임기 후 4년 동안은 유관기관 재취업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일명 정·政피아 방지법) 제출이 추진되고 있다. 주인공은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와 함께 한때 새누리당의 ‘개혁·소장파’로 불렸던 ‘남·원·정’ 트리오의 한 명이다.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 당내 경선에선 남 당선자한테 고배를 마셨지만 이제 국회 개혁에 나선 셈이다. 정 의원은 “의원들부터 피감기관이었던 정부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가는 것을 스스로 규제해야 관피아 척결 법안을 만드는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겠느냐”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정피아 심사 대상은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같은 공공기관 취업에 한정할 계획이다. 인허가권을 쥔 관료 출신과 달리 ‘비정규직’인 국회의원 퇴직자들의 사기업 취업까지 심사한다면 과잉 규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제 목에 방울달기’를 꺼리는 동료 의원들이 주저하고 있어 금주 내 법안 발의 요건인 10명의 동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피아 방지법이 발의되고, 실제 국회 통과까지 이뤄지는지를 보면 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도 진짜 달라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퇴직 공무원#재취업#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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