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마녀가 축제 여는 ‘성 요한 이브’의 축혼행진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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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클리블랜드 아크론 교향악단과 연기자들이 올해 3월 공연한 ‘한여름 밤의 꿈’. 동아일보DB
미국 클리블랜드 아크론 교향악단과 연기자들이 올해 3월 공연한 ‘한여름 밤의 꿈’. 동아일보DB
어젯밤 좋은 꿈 꾸셨습니까?

오늘(24일)은 유럽에서 성경의 세례 요한을 기념하는 ‘성 요한의 날’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날 하루 전 밤(23일·성 요한 이브)부터 온갖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죠. 이날을 소재로 한 음악 작품도 몇 곡 꼽아볼 수 있습니다.

멘델스존의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음악 중 하나입니다.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갈 때 연주되는 음악이 이 작품 속의 ‘축혼 행진곡’이죠. 셰익스피어의 극 ‘한여름 밤의 꿈’ 공연 때 효과를 돋우기 위해 쓴 음악입니다. 6월 23일 밤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청춘남녀가 요정들의 작전에 따라 헤매다 사랑을 이루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한편 신부가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입장할 때 쓰는 음악은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결혼 행진곡’이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 이 두 음악을 나란히 듣는 것은 어찌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바그너는 유대인인 멘델스존의 음악을 혐오해 ‘음악에 있어서의 유대성’이라는 글을 남겼으며, 바그너를 숭모했던 히틀러도 이 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나치는 멘델스존의 음악을 금지시킨 뒤 ‘카르미나 부라나’의 작곡가로 알려진 카를 오르프에게 ‘한여름 밤의 꿈’을 위해 새로운 음악을 쓰도록 명령하기도 했습니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유쾌한 작품이지만, 성 요한 이브를 무대로 한 괴기스러운 음악도 있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입니다. 성 요한 이브에 악마와 마녀들이 산에 모여 펼치는 파티를 그려냅니다.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가 등장하기 직전 나오는 음악이기도 하죠.

이 작품에서 보듯 슬라브권에서는 대체로 성 요한 이브에 악마와 마녀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것으로 여겼습니다만, 서유럽에서 악마와 마녀들의 축제는 이보다 이른 4월 30일 밤 열리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부릅니다.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의 마지막 악장과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에 발푸르기스의 밤을 묘사한 장면이 나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성 요한의 날#한여름 밤의 꿈#멘델스존#민둥산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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