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릴호지치의 플랜B가 홍명보호에 남긴 교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4일 06시 40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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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전과 다른 라인업…새 얼굴 5명중 3명 골맛

알제리는 마치 ‘난파선’ 같았다. 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마주친 알제리 기자들과 대표팀 바히드 할릴호지치(사진) 감독의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한국과의 H조 2차전을 하루 앞둔 22일(한국시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국 기자들에게 “거짓말을 지어낸다”, “온갖 루머를 양산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알제리 취재진은 거의 조소에 가까운 표정까지 지었다. 와해 직전이었다. 알제리는 당연한 한국의 1승 제물로 비쳐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전혀 예상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의 첫 골을 시작으로 알제리의 매서운 골 폭풍이 이어졌다. 전반 눈 깜짝할 새 허용한 3골을 만회하기는 무척 버거웠다.

결과도 결과지만, 용병술에서도 할릴호지치 감독의 완승이었다. 조금은 모험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던 할릴호지치 감독의 ‘승부수’가 주효했다. 이날 할릴호치지 감독은 선수들을 큰 폭으로 바꿨다. 1-2로 역전패한 벨기에와의 1차전 선발 라인업을 대거 손질했다. 한국전 선발로 나선 슬리마니-자멜 메스바(리보르노)-압델무멘 자부(클런 아프리칸)-아이사 만디(랭스)-야신 브라히미(그라나다) 등 5명은 벨기에전에는 스타팅으로 나서지 못했다. 이 중 슬리마니, 자부, 브라히미 등 3명이 골 맛을 봤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의 경기 패턴, 전술에 대한 대처방안을 연구했다. 특히 벨기에전에 출전하지 못해 이를 만회하려던 선수들이 있었고, 제대로 통했다”고 설명했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와의 1차전과 똑같은 선수 구성으로 알제리전에 임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자를 한결같이 믿고 기용한 뚝심과 의지는 칭찬받을 만도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했다. 한국에는 ‘플랜B’가 없었다. 지난해 7월 공식 출범한 ‘홍명보호’가 가동해온 4-2-3-1 포메이션이 바뀐 경우는 23일 알제리전에서처럼 드물었다.

경기 후 홍 감독은 ‘알제리가 5명을 바꿔 당황했느냐’는 알제리 기자의 물음에 “당황하지 않았다. 충분히 대비했다”고 답했지만, 결과와 내용을 되짚어보면 전혀 다른 답변이었다. 전반 0-3으로 뒤질 때, 후반 1-4로 끌려갈 때 벤치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던 홍 감독과 달리 선수들을 독려하던 할릴호지치 감독의 액션은 크고 당당했다.

포르투 알레그리(브라질)|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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