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설가 아사이 료 씨 “가슴속 이야기 작품통해 훌훌 털어놓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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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찾은 25세의 日소설가 아사이 료 씨

지난해 스물넷에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스물넷에 최연소로 나오키상을 받은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본 소설가 아사이 료(25)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작가가 정말 20대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22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그와 대담한 소설가 정세랑은 이렇게 말한다.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는 흔하다. 하지만 이야기 주변의 공기를 포착하는 작가는 드물다.”

아사이 료는 현실 세계를 치밀하게 그리면서, 사람들이 숨기는 생각과 감정을 잡아채 낼 줄 안다. 지난해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장편 ‘누구’에서는 시기와 허세가 난무하는 취업 과정과 트위터를 소재로 젊은 세대의 내면을 분석적으로 살펴봤다. 스무 살 때 발표한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는 인기, 비인기 동아리를 통해 고등학교 내 ‘스쿨 카스트’를 조명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26일 국내 개봉한다.

아사이 료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자, 작가로서 첫 해외 나들이라고 했다. 그와 마주 앉은 때는 22일 일요일 오전 10시. 평일 이 시간에 그는 무슨 일을 할까.

“회사에서 우편물을 나눌 시간이다. 지난달 말까지 마케팅 부서에 있다가 이달 초 관리 부서로 옮겼다. 10개 정도 되는 부서별 우편함에 우편물을 분리해 넣는 일을 한다.”

그는 와세다대 문화구상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트위터에는 ‘직장인 3년 차, 작가 5년째’라고 적혀 있다. 직장인, 작가로서의 삶은 철저히 분리돼 있다. 아사이 료는 본명에서 한 글자를 바꾼 필명이며, 회사명과 업종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아침 일찍 여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넓은 테이블이나 모교 도서관에서 글을 쓴 뒤 출근하고 오후 10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회사 회식은 1차까지만 간다.

“회식날 오전 10시부터 기침을 한다거나, 마스크를 쓴다. 내가 여자라면 화장을 안 하고 출근하겠다.(웃음) 글을 쓰려고 이렇게 하다 보니 친구도, 인맥도 줄어들어서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작가의 취업 경험은 ‘누구’에 담겨 있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을 이 소설의 마지막 30쪽 분량에 썼다.

“갓 등단했을 때 선배 작가 무라야마 유카가 그랬다. ‘교장 선생님 말씀을 왜 아무도 듣지 않는지 아니? 그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하기 때문이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나만 혼자 아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돼야 해.’ 그 조언을 지금껏 마음에 새기고 있다. 아직도 창피해서 못 쓰는 것들이 많다. 모든 걸 털어내고 숨기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아사이료#서울국제도서전#나오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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