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중도좌파 9개국 정상 “융커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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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집행위장 선임 앞두고 합의… ‘융커 반대’ 英총리만 왕따 신세

유럽연합(EU)의 중도 좌파 성향 9개국 정상이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전 총리(사진)를 차기 EU 집행위원장으로 지지한다고 21일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등 9개국 정상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EU 정상회의에서 유럽국민당그룹(EPP) 대표인 융커를 지지키로 합의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26, 27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현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체코 몰타 총리가 참석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함께 융커 후보를 반대해 온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에 재정 긴축 요구를 완화하는 조건으로 융커 거부를 철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대신해 참석한 사민당(SPD) 출신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도 같은 당 출신인 “마르틴 슐츠 현 유럽의회 의장이 최적의 EU 집행위원장 후보인 것은 맞지만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가 홀로 주도해 온 ‘융커 반대’ 실패는 보수당 내에서 잉글랜드의 월드컵 예선 탈락과 함께 대표적인 영국의 패배로 거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캐머런 총리는 유럽 통합론자인 융커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이 EU에서 탈퇴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파리 회의에서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융커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는 것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캐머런의 선거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 한 명이 우리 모두에게 명령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U의 헌법격인 리스본조약은 EU 행정권력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는 전체 751석 중 213석을 얻어 최대 정파의 지위를 유지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U#장클로드 융커#프랑수아 올랑드#캐머런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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