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인기 12년간 400여 대 추락… 2015년 민간비행 허용 안전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기계 결함-조종사 실수 등 원인

전 세계 테러리스트에게 공포의 대명사인 미국의 무인기(드론)에도 취약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계 결함 등 안전성 문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1년 이후 400대가 넘는 드론이 추락했다고 20일 보도했다.

1년여에 걸친 추적으로 입수한 5만 쪽 분량의 드론 사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9월 11일부터 2013년 말까지 기계결함이나 조종 실수, 악천후 등으로 400여 대의 군사용 무인기들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WP는 내년부터는 미국 상공에서 민간 드론 비행이 허용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잠재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조사보고서에 드러난 드론 추락 지역은 가정집 농장 도로 수로 등 다양했다. 사고로 숨진 사람은 없었지만 이는 운이 좋았던 것으로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때도 많았다.

2010년 4월 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는 약 170kg의 육군 소속 무인기가 초등학교 운동장 바로 옆에 추락했다. 학생들이 귀가한 이후여서 대형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2012년 6월에는 해군 소속 정찰 무인기 글로벌호크(RQ-4)가 메릴랜드 주에 떨어져 산불로 이어졌다.

조종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원인이었다. 2010년 말 380만 달러(약 38억7600만 원) 짜리 프레데터 조종사들이 원격 조종장치 버튼을 잘못 눌러 자신들의 바로 옆에 추락시켰다. 2010년 1월에는 조종사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 미사일을 떨어뜨려 분화구 같은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2008년 11월 아프가니스탄 상공의 드론을 조종하던 중 추락 사고를 낸 미 공군의 리처드 바그먼 소령은 조사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텐트뿐이어서 나는 사람을 죽였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마비가 된 느낌이었고 입에서는 욕이 터져 나왔다”고 진술했다. 조사관들은 바람 속에서 무리하게 방향을 튼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400여 건 가운데 피해 규모가 최소 200만 달러에 이르는 ‘A급 사고’는 절반에 가까운 194건이었다. 이 중 67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났다. 미국 47건, 이라크 41건이 그 뒤를 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마지막 해인 2008년 21건이 발생해 처음으로 20건을 넘어선 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2010년을 제외하고 매년 20건 이상 발생했다.

WP는 드론 생산 및 운용업체들이 민간 드론의 미국 상공 비행 허용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사전에 문제를 탐지하고 회피하는 기술을 보강하고 △설계상 문제점을 극복하고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드론#무인기#테러리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