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해도 OK… 기능 입은 양복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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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정장 ‘격식’ 벗고 ‘활동성’ 강조… 아웃도어 소재 채택 급증

디자인이나 컬러, 라인 등 외적인 부분을 중시하던 남성복 업체들이 최근 원단의 소재와 기능 등에 주목하고 있다. ‘로가디스’의 
아이스 언컨 수트는 특수 냉감 처리한 원단을 사용해 체감온도를 낮춰 준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로가디스 제공
디자인이나 컬러, 라인 등 외적인 부분을 중시하던 남성복 업체들이 최근 원단의 소재와 기능 등에 주목하고 있다. ‘로가디스’의 아이스 언컨 수트는 특수 냉감 처리한 원단을 사용해 체감온도를 낮춰 준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로가디스 제공
“양복을 입고 축구를 해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었다.”

삼성에버랜드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는 최근 신제품 ‘프라이드 일레븐’을 내놓으며 ‘가벼운 운동을 해도 불편하지 않은 양복’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제품은 겉감과 안감 모두에 아웃도어 의류에 많이 쓰이는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활동성을 강화했다. 프라이드 일레븐은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단복이기도 하다.

○ 이제는 ‘기능’… 아웃도어 닮아가는 남성복 시장

최근 국내 남성복 시장에 특수 소재를 사용하거나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디자인이나 컬러, 라인 등 외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남성복 시장이 ‘가벼운 옷’ ‘부담 없이 입을 수 입는 옷’ ‘활동이 편한 옷’을 강조하는 방향, 즉 아웃도어 의류를 닮아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최근 주요 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특수 원단을 사용하거나 아웃도어 소재를 채용해 ‘좀 더 편한 정장’을 만들고 있다. 한섬의 캐주얼 남성복 브랜드 ‘시스템옴므’는 스포츠 의류에 주로 사용되던 ‘바이스트레치’ 소재로 만든 남성복을 내놓았다. 삼성에버랜드의 ‘로가디스’가 최근 내놓은 여름용 ‘스마트 슈트’는 등이나 어깨 등 움직임이 많은 부분에 아웃도어 의류에 주로 사용되던 신축성 기능 소재 ‘파워네트’를 적용했다.

여름용 아웃도어 의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능을 담은 남성복도 대거 등장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가 내놓은 ‘아이스 센스’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이탈리아의 ‘네다’ 원단을 직수입해 만들었다. 땡볕에 노출되어도 옷감의 표면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인터스트리㈜의 남성복 브랜드 ‘지오투’의 재킷은 발수액을 발라 원단이 빗물을 튕겨내도록 했다.

한편 스마트폰을 즐겨 쓰는 3040 남성들을 겨냥해 양복 안쪽 주머니에 QR코드를 입혀 날씨나 맛집 안내 등 생활 정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남성복도 등장했다.

○ 격식 사라진 사회가 양복을 바꾸다

이런 ‘기능성 정장’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용선 로가디스 상품 기획 담당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는 회사가 늘고 있고 꼭 격식을 갖춰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며 “따라서 ‘아무 때나 입을 수 있는’ 양복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류를 즐겨 입는 3050 남성들이 시장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들은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성, 활동성에 익숙해져 있고 이런 특성이 평상시 직장에서 입는 의류에도 적용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김선희 마에스트로 디자인팀장은 “남성복 시장 조사를 나갈 때도 이제는 아웃도어 점퍼나 코트를 더 주의 깊게 본다”고 말했다.

현재 남성복 업체들은 지난 시즌보다 기능성을 접목한 제품 물량을 2∼3배 늘려 나가는 추세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34조9613억 원)에서 남성복의 비중은 18.5%(6조4000억 원)로 2003년(20.9%)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의류 중심)은 2003년 7.4%에서 지난해 13.7%까지 늘어났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양복#아웃도어#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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