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화학공학부 학생들은 선생의 에너지로 산다

  • 동아닷컴
  • 입력 2014년 6월 22일 19시 50분


코멘트
전북대 화학공학부 학생들은 선생의 에너지로 산다
전북대 화학공학부 학생들은 선생의 에너지로 산다

“학생들은 선생들의 에너지를 먹고 삽니다. 아이들은 교수가 공부를 얼마만큼 했는지 알지요. 공부를 안 하면 제대로 가르칠 수 없습니다. 열정을 갖고 가르치면 학생들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윤영상 전북대 화학공학부 학부장의 말에 기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교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내내 윤 교수에게 왜 화공학부가 전북대의 대표학부냐고 물었지만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할 뿐,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겨우(?) 내놓은 답이 “교수들의 연구실적, 학생들의 취업률, 산학협력과 사회봉사 등 학생활동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 상위권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뿐이었다.

윤 교수가 언급한 요소들이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해서 대표학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터뷰가 끝날 때 쯤 그가 한 말에 의문이 풀린 것이다.

“공부하는 교수가 공부하는 학생을 만드니 좋아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교수와 학생의 끈끈한 유대

전북대 화학공학부에는 에너지공학, 나노화학공학, 생명화학공학 등 3개과가 있다. 학사과정 479명, 석박사 과정 92명을 20명의 교수진이 가르치고 있다. 입학정원은 95명. 시너지를 내기 위해 3개 과를 묶어 학부를 만들었다.

“정유,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 등의 산업에 공정 공학이 들어가는데 화학공학부에서는 이들 산업에 필수적인 교과목을 가르칩니다. 여기에 더해 화학 생물을 필수로 배워야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의전원과 치의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3개 과가 제대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윤교수의 설명은 이 학부가 가진 커리큘럼의 장점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산업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즉 이 학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 대신 지방에 있는 전북대 화공학부에 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윤 교수는 ‘효율성’을 거론했다.

“2,3등급 수준의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서울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 학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취업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게 효율 아닙니까. 낮은데서 높은 데로 올라가는 것이니까요.”


어떻게 효율을 내나요.


“교수들이 학생들을 ‘책임’집니다. 막내 작은아버지가 조카를 다루 듯이요.”

‘책임교수제’를 재밌게 표현한 것인데 대학본부는 서거석 총장 부임이후 공대의 책임교수제를 벤치마킹해 대학전체로 확산시켰다. 전북대는 이 제도 덕분에 학생과 교수간의 유대가 끈끈하고 취업과 면학 분위기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평한다.

삼성엔지니어링에 취업이 확정 돼 8월에 출근한다는 김영상 씨(26·에너지화학공학)는 “담당이신 정봉우 교수님이 ‘인생은 길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시는데, 취업이 확정된 지금 그 말씀을 거울삼아 항상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 한다”며 책임교수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교수는 화학공학부가 2008년부터 공대 입학생 성적이 최고로 올라가면서부터 ‘공부하는 교수’들과의 궁합이 맞아 ‘화공학부 DNA’가 만개할 ‘시절인연’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서 총장은 취임 이후 교수 승진요건을 대폭 강화했는데 화학공학부 교수 두 명이 강화된 승진요건을 크게 넘기면서 조기 승진 1,2호를 기록했다.

이는 당연히 화학공학부의 면학 분위기를 자극했다. 대학본부는 주마가편 차원에서 14명의 교수 정원을 17명으로 늘려줬다. 예정에 없던 충원이었다. 여기에 더해 학부는 5월에 차세대에너지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 3명을 초빙교수로 임명했다. 윤 교수는 “에너지관련 정부지원대학원 사업 3개를 따낸 곳은 화학공학부가 유일하다”며 앞으로 에너지관련 분야의 전문가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 좋아지기 위해 ‘배고픈’ 교수

화학공학부의 교수와 학생간의 하머니는 산학협력과 취업이라는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정보공시 기준 전북대 화학공학부 전임교원은 17명으로 전체 교수의 1.67%에 불과하지만 연구비 수주 실적은 6.24%나 된다. 학생들도 최근 3년간 한국의 상장 대표기업에 50% 넘게 취업해 스승들을 기쁘게 했다. 2013년 8월과 2014년 2월 졸업생 중 8명이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화학공학부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제자들 모두가 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뒤쳐지는 일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학부는 졸업하기 힘듭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나 열매는 달 겁니다.” 아직도 배가 고픈 듯한 윤 교수의 말이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전주=이종승 컨텐츠기획본부전문기자(urises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