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케팅]올림픽·월드컵… 지구를 흔드는 빅이벤트, 한국기업도 큰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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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보다 더 뜨거운 스포츠 마케팅

현대차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홍보대사로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아스(오른쪽)와 브라질의 히카르도 카카 선수를 기용해 각종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홍보대사로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아스(오른쪽)와 브라질의 히카르도 카카 선수를 기용해 각종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총성 없는 전쟁.’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축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대표팀들이 그라운드에서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기업들은 물 밑에서 더욱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스포츠와 기업의 마케팅은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지 오래다.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 광고판은 국제축구협회(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 소니, 비자카드 등의 광고로 채워지고 있다. 선수들은 가슴에 자국 축구협회 엠블럼과 함께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추가 선수시간과 선수 교체를 알리는 전자식 숫자판에는 월드컵 공식 ‘타임키퍼’인 스위스의 시계 업체 ‘위블로’의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월드컵은 황금 알 낳는 거위


삼성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홍보모델로 기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홍보모델로 기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월드컵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개최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월드컵 준비에 12조85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쏟아부었다. 정부가 과도한 비용을 들여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며 전국 50여 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정도다. 브라질 정부가 추산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관광수입 3조 원 등 53조 원이다.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 한국 경제는 7.4%의 고성장을 이뤘다. 월드컵 전후인 2001년 과 2003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4.5%, 2.9% 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월드컵이 2002년 한국 경제에 미친 파급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 정부는 월드컵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26조 원으로 추산했다.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으로도 한국은 10조2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의 분석 결과 TV 수출 등 상품 매출과 기업 홍보 프로모션 비용 지출, 거리응원 및 뒤풀이에 따른 소비 증가 등 남아공 월드컵의 직접적 경제 효과가 3조7000억 원이었고 대표팀 경기가 전 세계에 생중계돼 얻는 국가 브랜드 상승효과 3조6000억 원 등 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6조5000억 원에 달했다.

월드컵은 맥주와 치킨으로 대표되는 민간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남아공 월드컵 기간이었던 2010년 2분기와 3분기 실질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각각 0.5%, 1.1%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남아공 월드컵 당시 16강 진출로 7350억 원의 민간 소비지출이 추가로 이뤄졌으며 생산유발 효과를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가 1조3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마케팅 총력전 나선 기업들


기업에 스포츠 이벤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한 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지역 후원사를 계기로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서부터 올림픽 무선통신분야 공식 후원사가 되며 본격적인 올림픽 마케팅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국제 스포츠 대회 후원이 전무하던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6년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제품과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봤다. 올 2월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삼성은 ‘갤럭시 노트 3’를 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제공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갤럭시 노트 3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세계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홍보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유일의 FIFA 공식 후원사 겸 브라질 월드컵 공식 파트너다.

1999년 미국 여자 월드컵을 시작으로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를 비롯해 월드컵까지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에서 경기장 광고판을 포함해 30조 원의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VIP 의전용 차량과 선수단 버스 등을 공식 운영차량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등 16개국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길거리 응원전을 개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월드컵 홍보대사로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아스와 브라질의 히카르도 카카 선수를 기용해 각종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SK그룹도 SK텔레콤을 중심으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브라질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VIVO와 협력해 브라질에서 LTE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동안 브라질을 방문해 데이터 무제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16강 진출 시 문자메시지 발신, 8강 진출 시 음성 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개최한다.

LG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은 LG전자가 선봉에 서 있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국가대표 축구팀의 손흥민 선수가 활약 중인 독일 프로축구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레버쿠젠 선수들은 유니폼에 LG 로고를 달고 뛰고 있으며 팀 구장인 ‘바이 아레나’에도 LG의 로고와 광고가 홍보되고 있다.

스포츠
로 사회공헌까지

기업의 스포츠 마케팅은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대회나 세계적인 팀의 후원, 국내 프로팀 운영을 넘어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유소년 스포츠 대회인 ‘코파 삼성’을 개최하고 있다. 파나마, 에콰도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등 중남미 10개국에서 스포츠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현대차는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현지의 주요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브라질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만 개를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만 개를 지원했던 ‘아프리카 드림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LG전자는 올해 2월 후원하고 있는 레버쿠젠 구단 선수들에게 LG전자 로고 대신 독일 어린이심장재단의 빨간 하트 모양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혔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큰 후원 혜택인 경기 유니폼 광고 권리를 양도했다”고 말했다.

FC서울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GS그룹은 2013년부터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다문화 자녀와 함께하는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엔 400여 명의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초청됐다.

기업들은 비인기종목 후원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은 레슬링, 탁구,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 럭비 같은 비인기 아마추어 종목에서 7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올해까지 약 300억 원을 투자해 양궁을 후원하고 있다. SK는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핸드볼, 수영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LG전자는 2012년부터 국내 여자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포스코는 1985년부터 대한체조협회 후원사를 맡고 있으며 럭비, 여자탁구단도 운영 중이다. 두산은 1991년부터 핸드볼팀을 운영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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