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국제 축구와 국제 정치 ‘게임의 법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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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세계사/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서강목 외 옮김/1248쪽·4만8000원·실천문학

코트디부아르, 온두라스, 카메룬, 코스타리카, 대한민국의 공통점은 뭘까?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란 대답은 반쪽짜리 답변이다. 정답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제국주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나라’다.

신생독립국에서 축구가 인기 스포츠인 것은 우연일까? 축구전문 탐사기자인 저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짧게는 수십 년부터 길게는 수 세기에 걸쳐 착취와 굴종을 견뎌야 했던 식민지 국민에게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닌 국민국가 건설의 희망과 단결의식을 표출하는 수단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축구 한일전을 떠올려 보시기를.

방대한 두께가 말해주듯 이 책은 사실상 축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축구의 탄생과 정착 과정, 국제적 확산과 보급, 권력이나 자본과의 관계, 인종차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안 다룬 내용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근대세계에 대한 어떤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는 완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저자가 ‘축구라는 렌즈로 다시 쓴 세계사’라고나 할까?

이 책에 따르면 축구는 원래 종가인 영국에서조차 ‘건달들의 운동’으로 여겨졌다. 축구는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근대적 노동자 육성의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교육과정에 편입된다. 하지만 축구가 길러낸 유럽 노동계급은 축구를 놀이로 즐기는 데 머무르지 않고 유대감과 자신들의 잠재력을 깨닫는 계기로 변모시켜 나간다. 축구가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가 결과의 의외성 때문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독자에게는 아시아 나라의 고속 개발과 축구의 관계를 다룬 내용(19장)이 흥미로울 것 같다. 국내 프로리그 출범과 2002 월드컵 공동 유치에 얽힌 비화도 재미있게 읽힌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축구의 세계사#월드컵#정치#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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