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이진영의 맹활약 비결? “산전수전 다 겪은 덕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6월 21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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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진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LG 이진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저는 산전수전 다 겪었잖아요. 타순은 전혀 가리지 않습니다.”

LG 이진영(34)은 요즘 팀의 4번 고민을 해결할 새 대안으로 부상했다. 13일 잠실 SK전에 3번타자로 나서 3연타석 홈런을 친 뒤 14일부터 5연속경기 4번타자로 기용됐는데, 이후 타율이 무려 0.563(16타수 9안타 1홈런)에 달한다. 타점도 일곱 개나 올렸다.

사실 제아무리 잘 치던 타자들도 4번에 배치되는 순간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진영은 오히려 맞춤옷을 입은 듯 펄펄 날고 있다. 이진영은 비로 취소된 20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나는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아닌가. 4번타자라고 해서 내가 큰 것 한방으로 해결해야 한다든지, 안 하던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며 “그냥 네 번째로 나가는 타자일 뿐이다. 최근 타격감이 좋아서 잠시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냥 ‘임시직’이라고 하기엔 올 시즌 4번 자리에서의 성적이 너무 좋다. 2번부터 8번까지 여러 타순을 두루 오갔지만, 4번타자로 타율 0.486(35타수 17안타 2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 모두 전체 타순 가운데 최고다. 장타율이 0.714, 출루율이 0.550이니 말 다했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이진영은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라 어느 타순에 가든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작 스스로는 ‘4번타자 이진영’보다 ‘주장 이진영’의 역할에 더 큰 의미와 무게를 뒀다. 지난 시즌 4강의 기쁨을 누렸던 LG가 올해 하위권으로 처져 있는 데 대해 깊은 고민과 부담을 느낀 듯했다. 이진영은 “사실 주장이란 자리가 참 힘들더라. 팀 전체도 봐야 하고, 또 내 성적도 신경 써야 하니 머리가 복잡했다”며 “가끔은 ‘너 혼자 잘 한다고 되겠느냐’며 쓴 소리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차피 선수들 모두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가 함께 좋아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해나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올 시즌 역시 아직 많이 남았다. 이진영은 “이런 때일수록 선수들에게 가식적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건 내게 맞지 않는다. 경기 전에 미팅을 할 때도 ‘마음 편하게 하자’는 얘기만 하고 만다”며 “지금 우리 팀은 성적을 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담감을 갖고 위축될 필요 없이, 팀 동료들끼리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길게 보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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