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야해 말아야해?”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6월 21일 0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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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하이브리드에 기름을 가득 넣으면 한번에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번 시승은 시작됐다.

이 차의 연료탱크 용량은 65리터로 휘발유 1리터당 가격을 1900원으로 계산했을 때 가득 채우려면 12만3500원이 필요하다. 공인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6.0km/ℓ(도심 15.4km/ℓ, 고속도로 16.7/km/ℓ). 연료를 가득 채울 경우 1040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본가격은 3603만 원이지만, 세재혜택을 받으면 346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2.4리터 엔진에 전기모터 결합해 최고출력 204마력 달성
햇볕 따뜻한 6월의 어느 날 오후. 최종 목적지를 강원도 속초로 정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시승코스에 일반도로를 넣기 위해 서울에서 춘천까지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강원도 인제와 양구를 거쳐 미시령을 넘는 국도를 택했다. 중간에 경유지까지 포함하니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총 거리는 편도 263km.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운전석에 앉은 첫 느낌은 ‘조용하다’였다. 시동버튼을 눌러도 엔진소리가 들리지 않아 계기반에 ‘READY’ 표시를 보고나서야 시동이 걸린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니 ‘스르륵~’ 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초반 가속은 무난하다.

파워트레인은 2.4리터 세타2 MPI 가솔린엔진에 35kW 전기모터를 결합해 최고출력 204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디자인은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일반 그랜저HG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외부는 17인치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과 ‘HYBRID’ 엠블럼을 적용하고, 실내는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반과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LCD모니터가 다른 정도다. 아쉬운 점은 그랜저의 중후하고 화려한 디자인에 푸른색 HYBRID 엠블럼은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느낌이다.

#전기모터 많이 사용할수록 효율 높아져
불규칙적이지만 평지에선 평균 30~60km/h까지 전기모터로 구동이 가능하다. 내리막길에서는 70km/h를 넘겨도 전기모터로만 차가 구동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기모터를 많이 사용할수록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을 출발해 경기도 남양주톨게이트까지 주행한 뒤 체크한 계기반의 평균연비는 13.1km/ℓ. 급한 가감속 없이 평소 운전하는 방식대로 차량 흐름에 따라 운행한 결과다. 차에는 성인 3명이 타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올라 평균속도 110km/h를 유지하면서 정속으로 주행했다. 평지는 물론 오르막길에서도 힘에 부치는 느낌 없이 고르게 속도를 냈다.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운동능력은 전혀 뒤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소음과 진동 수준급
이 차는 에코, 노멀, 스포츠 등 3개의 주행모드를 갖췄다. 연료를 아끼려면 에코모드로 달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가속페달 반응이 늦어져 답답하거나 추월을 하고 싶으면 바로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된다. 확실히 반응이 빨라지고 조향감도 묵직해진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미시령고개를 향해 달렸다. 핸들링과 등판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터널을 피해 미시령 옛길로 들어섰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치고 올라갔다. 독일 고급세단이 보여주는 날카로운 핸들링까지는 아니지만, 차는 운전자의 의도를 잘 반영하며 무리 없이 커브길을 돌아 나갔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우선해서 만든 준대형 패밀리세단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핸들링이다.

심한 오르막 경사에서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자 거침없이 경사로를 타고 올랐다.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동시에 뿜어내는 출력으로 어지간한 경사로는 쉽게 넘었다. 경사로에서 엔진소리가 조금 거칠어졌지만 전체적인 소음 진동은 수준급이다.

#연료탱크 가득 채우면 877km 달려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에서는 주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 내려왔다. 이 차는 시동과 저속주행에서는 전기모터로만, 가속 및 등판에서는 전기모터와 엔진을 동시에, 정속주행에서는 배터리의 충전량에 따라 전기모터 또는 엔진으로 구동된다.

감속 시는 엔진을 정지하고 회생제동시스템을 통해 제동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주행 중 되도록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그 만큼 배터리 충전도 빨라진다. 정차할 경우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정지시킨다.

2박3일간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전체 주행거리 794km, 남은 주행가능거리 83km, 평균연비 13.5km/ℓ라고 계기반에 표시됐다. 수치상 기름을 가득 채우면 한 번에 877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승하는 동안 연료를 아끼기 위한 주행보다는 교통 흐름에 맞춰 일상적인 패턴으로 달렸다. 이번 시승은 고속도로와 국도의 비율이 대략 6대 4 정도였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차량 크기에 비해 만족스러운 연비를 보여줬다. 일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넉넉한 실내공간과 탑승객의 편안함 등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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