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시장 개방 불가피”… 농민단체 “식량주권 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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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화 유예종료 공청회서 충돌
“의무 수입량 늘면 농가피해 더 커”… “국회 논의거쳐 관세화 재검토를”

2014년 말까지 쌀 시장 개방이 한시적으로 유예된 가운데, 정부가 쌀을 관세화해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일부 농민단체 및 야당과의 갈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경기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 대강당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열어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쌀 산업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쌀 관세화는 수입관세를 정해 쌀 시장을 외국에 개방한다는 의미다. 1995년부터 20년째 시장 개방을 미루고 있는 한국은 연말 개방 유예 시한 종료를 앞두고 이달 중으로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해 9월까지 WTO에 전달해야 한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관세화를 더 늦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관세화를 유예하면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올해 40만9000t 수준에서 약 두 배로 늘려야 한다. 필리핀도 WTO로부터 2017년까지 관세화를 한시적으로 유예받는 조건으로 쌀 수입 물량을 현재의 2.3배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의 경우 이 물량이 국내 쌀 소비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규모가 된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쌀값 폭락과 경작지 감축 등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쌀 시장을 개방해도 의무 수입량보다는 적은 물량 수입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일부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공청회는 쌀 관세화를 전면 중지하라는 피켓을 든 농민 30여 명이 진입을 시도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한 차례 충돌도 일어났다. 또 공청회 도중 일부 농민은 수치가 잘못됐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쌀 관세화로 관세를 고율로 책정해도 다른 협상에서 관세가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쌀은 식량주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회 논의를 거쳐 정부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더 많은 쌀을 수출하기 위해 자국 쌀에 대한 관세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라며 “쌀 관세율 문제가 자유무역협정(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한 쌀 관세화에 대한 정부 입장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쌀 시장 개방#농민단체#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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