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설특검·특별감찰관, 이런 출발로 巨惡 도려낼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검찰 개혁을 위해 도입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가 어제 법률로 발효됐다. 상설특검제는 법이 정한 요건에 맞는 사건이면 바로 특검을 임명해 수사하도록 한 제도다. 주로 정치적 사건과 권력형 비리가 대상이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권력 주변의 권한 남용과 비리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새로 마련된 것은 진전이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의 가족과 참모, 측근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는 단골 메뉴처럼 등장했다. 임기 말마다 대통령의 레임덕을 촉진시키고 국정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를 차단하고 수사를 통해 엄벌해야 할 대통령민정수석실과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거악(巨惡)의 척결을 위해 한목소리로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약속했다.

상설특검의 수사 대상은 국회가 의결한 사건과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상설특검은 그동안 정치권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다투던 시간적 정치적 낭비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상설특검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면 특검이 남발되어 오히려 새로운 정쟁이 촉발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첫 번째 특검 수사 대상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벼르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특검이 수사할 사건으로 선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추천한 3명의 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정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감찰만 가능할 뿐 독자적인 수사권이 없다. 입법 과정에서 국무총리 국회의원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 이른바 권력기관장들이 감찰 대상에서 빠진 것도 한계다. 여야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아직 후보조차 추천하지 못한 상태다. 특별감찰관은 없이 ‘빈껍데기 법’만 발효된 셈이다. 이럴 것이면 무엇 때문에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했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특별감찰관제#상설특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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