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라디오 개국… 정권에 올곧은 소리… 한국 방송의 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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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 九旬 맞아 창립기념 콘퍼런스

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앉은 이)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언론계 원로들이다. 왼쪽부터 ‘앵무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영효 전 동아방송 PD, 신우식 전 서울신문 사장, ‘앵무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윤하 전 동아방송 국장, 최덕수 전 TBC 편성국장,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최계환 전 KBS 아나운서실장, 장한성 한국방송인회장, KBS 국제국장을 지낸 이인원 한국대학신문회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앉은 이)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언론계 원로들이다. 왼쪽부터 ‘앵무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김영효 전 동아방송 PD, 신우식 전 서울신문 사장, ‘앵무새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윤하 전 동아방송 국장, 최덕수 전 TBC 편성국장,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최계환 전 KBS 아나운서실장, 장한성 한국방송인회장, KBS 국제국장을 지낸 이인원 한국대학신문회장.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장님, 보고 싶었어요.”(연극배우 박정자 씨·동아방송 1기 성우)

“최 사장님, 안녕하셨어요.”(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KBS PD 출신)

“이사장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장한성 한국방송인회장·전 KBS TV본부장)

말쑥한 회색 정장에 지팡이를 든 노신사가 나타나자 한국 방송계의 원로들이 앞다퉈 달려가 허리를 숙였다. 국장님 사장님 회장님…. 개인 인연에 따라 호칭은 달랐지만 “우린 최창봉 키즈(아이들)”라며 ‘한국 방송의 아버지’를 맞았다.

19일 오전 한국방송인회 창립 8주년 기념 콘퍼런스 ‘한국 방송과 최창봉’이 열린 서울 성동구 한양대 동문회관 5층 연회장은 한국 방송계를 주도했던 거물급 방송인 80명으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는 1925년 평북 청성진에서 출생한 최창봉 한국방송인회 이사장의 구순 기념연을 겸해 열렸다.

발제를 맡은 강현두 서울대 명예교수가 1954년 국방부 군 방송계장으로 시작한 주인공의 60년 방송 인생을 ‘최창봉의 꿈과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돌아봤다. 강 교수는 “방송인 최창봉은 한국 방송의 설계자이며 개국 전문가다. 한국 방송은 최창봉이 깔아놓은 길을 따라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1956년 개국한 한국 최초의 TV 방송사인 HLKZ의 개국 업무를 총괄했다. 당시 드라마 ‘사형수’의 연출을 맡은 한국 TV PD 1호다. 이후 MBC 라디오 개국의 기초를 닦은 뒤 1961년 군사정부에 차출돼 국영TV KBS 개국 업무를 맡았다. 1963년엔 동아방송(DBS)을 개국했으며, 1973년엔 KBS의 공사 전환을 주도했다. 1989년엔 개국 직전 떠났던 MBC에 사장으로 복귀했다.

강 교수는 “최창봉의 DBS는 ‘방송은 오락매체’라는 인식을 깨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지, 격조 있는 방송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동아방송의 라디오칼럼 ‘앵무새’가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김영효 담당 PD와 최창봉 당시 방송부장이 옥고를 치른 일화도 소개했다. 강 교수는 “(민주화 이후) MBC 사장에 취임하면서 ‘사실(팩트)의 시대’의 방송을 선언했는데, 이는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막을 내린 DBS 저널리즘 정신의 부활을 뜻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김우룡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한국 TV의 아버지 최창봉’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최창봉은 편성권의 수호자였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최창봉의 동아방송은 ‘야당방송’으로 독재체제하에서도 권력을 비판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1987년 민주화 이후엔 (MBC 사장으로서) 인사권과 편성권을 침해하려는 노조에 맞서 경영권을 지켜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학천 전 EBS 사장은 동아방송 PD 시절을 떠올리며 “최 선생 덕분에 광고, 청취율과 주위의 부당한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방송했다.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 이 멤버들이 김밥과 사이다를 싸들고 다같이 신의주 방송을 시찰할 때까지 건강하시라”며 축하했다. 최 이사장은 신의주동공립중학교를 졸업했다.

최 이사장은 “오랜 세월 함께 일해 온 방송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갑다”며 “이 거목들이 앞으로도 한국 방송 발전을 위해 기여해 주길 바란다”고 답례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 이사장이 최근 출간한 자서전 ‘방송과 나’(동아일보사)를 한 권씩 선물로 받고 헤어졌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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