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벗어나나 했더니… 세계경제 또 먹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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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의 엔진이 도로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온 미국의 성장세가 최근 급격히 꺾인 데 이어 다른 주요국과 신흥국들도 전반적으로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2011년 이후 지속돼 온 글로벌 저성장의 흐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경기가 한 차례 충격을 받은 한국 경제도 내수와 수출이 동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글로벌 경제 일제히 둔화 조짐

최근 미국 경제는 견조했던 회복세에 예기치 못한 급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8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의 2.8∼3.0%에서 2.1∼2.3%로 0.7%포인트 내렸다. 이상 한파(寒波)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미국 고용시장의 완전한 회복이 2017년에나 가능하고 저물가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을 2.0%로 크게 낮춰 잡았다. 지난해(1.9%)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본격적인 회복이 이뤄질 것이란 당초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7.4%로 지난해 3분기(7.8%) 이후 계속 하락하는 국면이다. 이러다가 올해 정부의 목표치(7.5%)를 미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또 당장 성장률의 ‘숫자’도 문제지만 그림자금융, 지방정부 채무, 과잉설비 등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도 당국의 ‘무제한 돈 풀기’ 기조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이 1%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의 온기가 식어가는 가운데 세계은행은 이달 올해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5.3%에서 4.8%로 내렸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한 것이다.

순항하는 듯했던 주요국 경제가 주춤거리는 것은 미국의 혹한과 우크라이나 정정 불안,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 등 일시적이거나 비(非)경제적인 요인들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활력이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며 한 단계 저하된 것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19일 보고서에서 “빈번한 위기 발생, 경제주체들의 활동 위축, 신흥국 성장동력 약화 등의 요인이 합쳐지며 세계경제가 2010년 기술적인 반등 이후 수년째 성장둔화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한국경제는 내수·수출에 동반 충격


이 같은 세계경제의 둔화는 이미 한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최대 시장 중의 하나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지난달에 전년 동월대비 10% 가까이 줄었다. 전체 수출액 역시 그 충격으로 소폭 뒷걸음질쳤다.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라크 내전으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에너지 자원의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는 고민이다. 가뜩이나 원화강세로 부담을 느끼는 기업에 원자재 값의 인상은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민·관 연구기관들은 이미 올해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기존의 4% 성장 전망은 거의 사라지고 3%대 중후반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4월에는 4%의 성장 전망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경제여건이 달라졌다”며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영준 연구위원은 “성장속도가 둔화됨에 따라 내수 부진과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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