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통해 시집출간비 2000만원 ‘깜짝 모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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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시인 ‘사랑을…’ 펴내

시집의 124∼129쪽에 깨알 같은 명단이 실려 있다. 첫머리에는 이렇게 적혔다. ‘시집 발간에 도움을 주신 분들. 눈물을 호명합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기금을 모으는 ‘소셜 펀딩’으로 펴낸 김주대 시인(49·사진)의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현대시학)이다.

1989년 ‘민중시’로 등단해 1991년 ‘창작과비평’에도 시를 실은 시인은 학원사업을 크게 하다가 2012년 쫄딱 망했다. 몸 하나 편히 누일 곳 없어진 그는 페이스북(페북)을 찾아 들었다. 직장인처럼 성실하게 시를 써서 페북에 올렸다. 그동안 다섯 권의 시집을 냈지만 독자 반응을 직접 얻기는 어려웠다. 페북에서는 친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수백 명의 감상 댓글이 순식간에 줄줄이 달렸다.

가난한 시인은 3월 초 페북에 시집 출간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15분 만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500만 원을 입금한 데 이어 3일 만에 400여 명이 손을 들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100만 원을 보낸 교포도 있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놀란 시인은 2주 만에 모금을 중단했다. 최종적으로 298명이 참여해 2000여만 원이 모였다. 이들과 더불어 28일 ‘시집 발간 보고대회’도 연다.

시인의 작품은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한 서정시다. ‘깊어진다는 것은 언제든 몸 던질 수 있는 자기 안의 강물을 내려다보는 일.’(‘고개 숙여’), ‘산정의 어떤 나무는 바람 부는 쪽으로 모든 가지가 뻗어 있다. 근육과 뼈를 비틀어 제 몸에 바람을 새겨놓은 것이다.’(‘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음원처럼 시를 팔고 싶어 한 적이 있다. 시인은 죽도록 노래하는 데 어째서 생이 이토록 고단한가. 혼자 내 시를 울면서 읽은 날들도 있지만 이제는 누군가 같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소셜 펀딩#김주대#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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