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 公기관 1년새 2배로… “부임 6개월 안돼” 11곳 면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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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경영 평가]
공공기관장 14명 낙제점… 2명만 해임건의

《 기획재정부는 18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117개 공공기관에 대한 2013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 A등급을 받은 기관은 2곳, B등급 39곳, C등급 46곳, D등급 19곳, E등급 11곳 등이었다. 기재부는 낙제점을 받은 14개 기관의 기관장 가운데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과 남궁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에 대해 관계부처에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기관장이 공석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을 뺀 13개 기관의 기관장이 모두 해임 대상이지만 ‘선임된 지 6개월이 안 됐다’는 이유로 기관장 11명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 》
정부가 올해 전체 평가대상 공공기관 중 25.6%에 이르는 30개 기관에 ‘낙제점’인 D, E등급을 준 것은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물의를 일으킨 기관들에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채로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공공기관들과 안전관리에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 공공기관들의 점수가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정부가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 대부분에 대해 “부임한 지 반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줘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퇴색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까지 정부는 공공기관, 기관장, 감사에 대한 평가를 매년 실시했지만 올해부터는 기관 평가만 매년 실시하고 기관장과 감사에 대한 평가는 3년 임기의 절반인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한 번만 실시하기로 했다. 기관장과 감사에 대한 평가는 내년 3월부터 시작된다.

○ 방만 경영, 부실안전 기관에 철퇴

올해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 결과는 지난해보다 대체로 악화됐다. 우선 지난해 16곳이었던 A등급 공공기관은 2곳으로 크게 줄었다.

KOTRA는 지난해 13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경영효율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A등급을 받았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관리업무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A등급으로 평가됐다. 경영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C등급 이상(S∼C) 공공기관은 87곳으로 지난해 95곳에 비해 감소했다. 이에 비해 D등급은 9곳에서 19곳으로, 최하등급인 E등급은 7곳에서 11곳으로 늘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은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라 부채가 많거나 직원 복지비 지출이 많았던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점수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A등급을 받았던 예금보험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C등급으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B등급이었던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서부발전 등은 D등급으로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및 원자력발전소 가동 정지 등과 관련해 부실 안전점검으로 논란이 된 공공기관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세월호를 포함한 선박 안전점검을 부실하게 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은 지난해 A등급에서 올해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평가가 추락했다. 울산항만공사 역시 항만 안전관리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E등급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부품 납품비리와 시험성적서 위조에 따른 원전 가동 정지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D등급에서 E등급으로 떨어졌다.

○ “독립기관이 경영평가 전담해야 공정”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경영평가지침에 따라 당해연도에 E등급을 받은 기관과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기관의 대표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게 돼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무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강영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원장, 유천균 우체국물류지원단 이사장,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등 11명도 해임 건의 대상이다. 기획재정부는 원칙적으로 이들이 모두 해임 건의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재임기간이 6개월이 안 돼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들어 대상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개혁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폭넓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임기간이 짧더라도 이 기간 중 경영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올해 해임 대상에서 빠진 기관장과 관련해 “2014년 경영실적을 엄중히 평가해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 바로 해임 건의나 경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공공기관 평가를 위해서는 평가기준과 처벌조항을 구체화하고 기재부가 맡고 있는 평가업무를 독립기구에 넘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산하 공공기관을 거느린 기재부가 경영평가를 주관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맡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독립시켜 경영평가를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세종=홍수용·송충현 기자
#독립기관#공공기관#경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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