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up Brasil 2014]지각도 용서받은 하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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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출근길 뜨거웠던 거리응원
광화문광장 1만5000여명 몰려… 정장 입고, 가방 메고 “대∼한민국”
응원 분위기 차분, ‘치맥’ 안팔려… 외국인 “이런 응원 태어나서 처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H조 첫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 등지는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1만5000여 명(경찰 추산)의 응원 인파가 모인 광화문광장은 새벽부터 명당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곳의 명당은 옛 동아일보 사옥인 일민미술관 위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근처. 이날 광화문광장 근처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4대의 스크린 중 이곳의 스크린이 가장 크고(가로 19m, 세로 9m) 보기 좋은 곳에 설치돼 있어 응원 인파의 약 4분의 3이 이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아침 일찍 열리는 바람에 정장을 입고 광장을 찾거나 스마트폰으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며 회사로 출근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응원 인파가 먹는 간식도 맥주와 치킨이 아닌 김밥 및 샌드위치. 이날 광장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 앤드루 러셀 씨(48)는 “미국은 축구 열기가 한국같이 뜨겁지 않아 시민들이 아침부터 나와 응원하는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강남구 영동대로에도 환호와 탄식이 뒤섞였다. 이날 영동대로는 삼성역 사거리부터 코엑스 사거리 방향 7차선 도로가 통제됐다. 일부 시민들은 전날 밤부터 응원을 위해 꼬박 자리를 지켰다. 거리응원 입장선 가장 앞줄에 자리 잡은 송명준 씨(32)는 “동료 두 명과 휴가를 내고 맘 놓고 응원하러 왔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전 6시를 넘어서자 1만8500여 명(경찰 추산)까지 응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가수 싸이가 주 무대에 등장하자 넥타이를 맨 인근 직장인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크린을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인원이 영동대로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4년 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통제를 했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왕복 차선을 전면 통제했었다”고 밝혔다.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는 20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당시 편의점마다 맥주 등의 음료는 동이 났으며 화장실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는 그런 월드컵 특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치킨을 파는 한 상인은 “남아공 월드컵에 비해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후반 23분 대표팀 이근호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자 광화문 일대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연인들과 가족들은 모두 기쁜 마음에 서로 얼싸안았고 세종대로를 지나던 일부 오토바이는 대한민국 응원 구호에 맞춰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이날 주요 도로는 평소보다 교통 흐름이 원활했다. 직장인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 출근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 서울시 교통정책과 이성엽 주무관은 “사람들이 출근 시간대이고 차량이 밀릴 것을 예상해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붉은색 응원 티셔츠 위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백연상 baek@donga.com·김성모·이건혁 기자
#광화문#거리응원#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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