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온 생선, 물 만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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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식탁 수입산이 점령
‘국민 생선’ 고등어-갈치도 수입 급증… 총수입액 10년 전보다 2배로 껑충
가격 절반 수준에 맛 큰 차이 없어

미국산 랍스터, 노르웨이산 연어, 세네갈산 갈치…. 수입산 수산물이 한국인의 식탁을 빠르게 점령 중이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산물 총 수입량은 1조8403억 원. 10년 전인 2004년 같은 기간(9068억 원) 수입액의 2배가 넘는다.

수입 수산물의 종류와 수입국도 다양해졌다. 2013년 기준 이마트가 수산물을 들여오는 국가는 17개국이다. 2008년 5개국에서 12개국이 늘었다. 롯데마트는 2005년 15개 나라에서 20개 품목을 수입했는데 2013년에는 30개 나라 50개 품목을 수입했다. 수입국과 품목 모두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홈플러스가 수입하는 수산물의 종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처음에는 연어와 랍스터 등 국내에서 잡히지 않는 어종들이 주로 수입됐다. 최근에는 고등어 갈치 등 국내에서 많이 잡히는 ‘국민 생선’ 종류도 많이 수입된다. 해수부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고등어 수입액은 약 26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85억 원)보다 213% 증가했다.

올 1월부터 6월 17일까지 이마트의 국내산 고등어 매출은 지난해보다 14.1% 줄어든 반면 수입산 고등어의 매출은 9.3% 늘었다. 갈치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롯데마트에서는 수입산 갈치 매출이 국산을 앞지르기도 했다.

수입산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가격 때문이다. 세네갈산 갈치는 국산 갈치 가격의 절반에 못 미치면서도 맛은 큰 차이가 없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국산 수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신념보다는 가격을 우선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방사능 유출 사고로 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수산물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수입산의 산지는 다양해졌다. 러시아산 킹크랩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산도 수입된다. 유통업체들의 판로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수입산에 대한 대접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대형마트에서 수입산이 어종마다 한두 팩 진열되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요즘은 진열대의 2, 3줄 이상이 수입산으로 채워진다.

수입산 수산물 수요 증가의 원인이 국내산 어획량이 줄며 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립해양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 강수경 박사는 “금어기(일정 기간 어획 금지)나 금지체장(일정 크기 이상 자라기 전에 어획 금지) 등 수산 자원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김범석 기자
수입수산물 식탁 점령
수입수산물 식탁 점령
#수입#랍스터#연어#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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