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황새, 43년만의 귀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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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황새마을 13만m² 조성… 번식장-문화관 등 갖춰
18일 교원대서 60마리 들어와… 야생 훈련후 내년 방사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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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옆 아름드리 소나무에 황새 새끼가 있었는디, 어느 날 밤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당시 황새 새끼를 팔면 큰돈을 번다는 소문이 돌았는디, 외지인들의 소행이 분명혀. 당시 밤새 어미아비 황새 우는 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것 같았어….”

2009년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이예순 할머니(당시 96세·작고)가 예산군에 증언한 6·25전쟁 이전의 기억이다. 예산군은 그해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공모사업에 응모하면서 이 할머니의 증언과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번식지’라고 쓰인 마을 비석 등을 제시해 황새마을로 선정됐다. 과거 황새 서식지였던 예산군에 5년 만에 ‘황새마을’이 완공돼 황새 울음소리와 우아하게 나는 황새의 비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 전국 최초의 황새마을

예산군은 18일 오후 광시면 대리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귀향’ 행사를 연다. 190억 원을 들여 조성한 황새마을은 13만5669m² 터에 야생화 훈련장, 사회화 교육장, 번식장, 문화관을 갖추었다.

황새마을에 입식되는 황새는 암수 30마리씩 총 60마리. 충북 청원군의 한국교원대에서 복원돼 생활해 오던 황새들은 2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 이 마을에 도착한다. 주민들은 꽃다발과 떡, 과일, 막걸리를 준비해 놓고 황새 일행을 반갑게 맞을 예정이다.

황새가 비록 사육동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지만 자연환경을 갖춘 황새마을로 되돌아오기는 43년 만이다. 황새는 충북 음성에서 한 쌍이 발견(동아일보 1971년 4월 1일자 참조)된 것이 국내에서는 자연 상태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이 황새 부부 가운데 수컷이 그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암컷도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숨을 거두면서 국내에서 멸종됐다.

그런 황새가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 의해 복원됐다. 이 센터는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를 들여와 57마리까지 자연번식에 성공했다. 일본 도요오카 시는 이에 앞서 1965년부터 황새 복원 사업을 벌여 지금은 수백 마리를 키우고 있다. ‘황새의 춤’이라는 농산물 브랜드를 만들고 도로 맨홀 뚜껑에까지 황새 문양을 새기는 황새 도시로 변모해 관광도시로 자리 잡았다.

○ 황새를 자연에서 본다

예산군은 황새공원을 10월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입식한 황새들은 사회화 및 야생화 훈련을 거쳐 일부는 내년 상반기에 자연에 방사된다. 예산군 관계자는 “일단은 보호를 위해 광시면 주변 지역에 서식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광시면 지역 주민들이 지난 5년 동안 친환경 농법(우렁이농법, 오리농법, 쌀겨농법)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승우 예산군수는 “환경의 대명사인 황새가 자유롭게 서식하고 번식하면 예산군의 친환경 이미지가 높아질 것이다. 예산군의 생태 관광과 친환경 농업이 활성화돼 명실상부한 슬로 시티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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