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렉스턴 W 오프로드 체험기 “산에는 못 살어리랏다”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6월 18일 0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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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몸을 맡기고 차체의 강성을 느껴보세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불규칙한 노면을 안정적으로 탈출하는 것을 체감하세요.”

몸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와중에 선두차량에 탑승한 인스트럭터는 더욱 거친 주행을 독려하는 무전을 날렸다. 오프로드에 들어선지 불과 5분이 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속이 불편하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무시무시한 낭떠러지가 좌우로 계속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렉스턴 W와 함께하는 오프로드 체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 13일 쌍용자동차는 소수의 전문기자단을 초청해 렉스턴 W와 함께하는 오프로드 체험 및 오지캠핑 행사를 진행했다. 워낙 소수인데다 오지캠핑까지 곁들인 일정 탓에 시승회 보단 지옥훈련이라도 떠나는 기분으로 서울 잠실을 출발해 강원도 춘천시 문배마을에 이르는 약 80km 구간을 달렸다.
차량에 탑승해 처음 거대한 스티어링 휠과 마주하면 어색함이 몰려온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크게 돌리면 크기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가벼움도 못 미덥다. 승용과 상용차의 중간쯤 단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렉스턴 W의 온로드 주행 실력은 초반 답답한 가속을 제외한다면 이내 육중하고 안정적인 달리기가 가능하다. 기존 2.7리터 엔진에서 2.0리터로 배기량이 낮아지며 힘은 줄어들었지만 보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해졌다.

렉스턴 W에 탑재된 2.0리터 e-XDi200 LET 한국형 디젤엔진은 고연비에 소음 및 진동을 잡은 한국형 디젤엔진으로 꼽히고 있다.
쌍용차에 따르면 이 엔진은 국내의 다양한 도로환경(경사로, 곡선도로, 산악험로, 도심 교통정체로)에서 최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저속 토크(Low End Torque) 강화를 개발 목표로 하고 과급 시스템의 중∙저속 응답성을 최적화했다. 덕분에 연료효율성은 향상되고 도심에서 부담스럽지 않은 성향으로 발전했다.

실제로 답답한 도심을 빠져나와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렉스턴 W의 고속 주행성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약 80km의 속력을 유지하며 달리다 가속페달을 힘을 얹는 순간 속도계 바늘이 꾸준하게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이때 직진가속 성능이나 감속에선 단점을 지적하기 어려운 안정성을 보였고 중고속 영역에서 풍절음 또한 많은 개선점을 보였다.

이날 총 2개의 코스에서 실시된 오프로드 체험은 칼봉산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출발해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에 이르는 7.5km의 거리를 백미로 꼽을 수 있겠다.
베테랑 캠퍼들 사이에서도 경반분교 오토캠핑장은 오지 캠핑장으로 유명하다. 일단 캠핑장에 전기와 수도시설이 없고 휴대폰이 안 터질 정도니 더 없이 오지다. 도로 사정이 열악해 4~5개의 계곡을 지나야만 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코스로 이뤄졌다.

쌍용차는 과감하게도 렉스턴 W의 오프로드 체험 코스로 이 험로를 택했다. 기아차 모하비와 함께 국내 프레임 타입 SUV 명맥을 이어가는 렉스턴 W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선 산을 넘고 계곡을 가로 지르는 험로가 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렉스턴 W는 초강성 3중 구조 강철 프레임을 적용했다. 쌍용차는 프레임 전반부의 프론트 크로스바를 전체 프레임과 용접방식이 아닌 볼트 체결방식으로 연결함으로써 전방 추돌 및 충돌 사고 시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도록 했다.
실제로 차량이 다닐 수 없을 것이란 의심이 들었던 오프로드 코스를 렉스턴 W는 너무도 간단하게 통과했다. 때론 차량이 좌우로 크게 쏠리는 상황에서도 계곡을 건너야 했던 순간에도 바퀴의 구동력을 적당히 배분하며 위기를 모면해나갔다. 이때 온로드에서 가볍고 지나치게 크기만 했던 스티어링 휠은 오히려 적당한 안정감을 주며 유용하게 쓰였다. 무엇보다 프레임 타입에서 오는 안정성과 불규칙한 노면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사륜구동시스템은 왜 쌍용차가 지금까지 SUV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갖게 했다.
모든 시승일정을 마치고 경반분교에 캠핑을 위해 텐트를 펼쳤다. 하루 종일 지붕에 올리고 다니던 루프톱 텐트의 강점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차량 우측으로 약 2~3미터의 여유 공간만 있다면 성인 혼자서도 쉽게 펼치고 접을 수 있는 구조다. 텐트를 펼치자 차량에 올려져 있던 공간보다 약 두 배의 공간이 더 나타났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텐트 안은 의외로 아늑하다. 공간도 성인남성 4명이 누울 수 있는 넓이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듯 불안한 마음은 하루 밤을 보내는 내내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밤새 뒤척이다 다음날 눈을 뜨니 전날 오프로드 체험 때문인지, 아니면 수면부족 때문인지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 온 몸이 쑤셨다. 하지만 텐트를 나와 처음 접하는 숲속의 고요함과 청정한 새벽 공기는 힘들었던 지난밤의 잠자리만큼이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오지 캠핑에서 더욱 빛나는 쌍용차 렉스턴 W의 가격은 사양에 따라 2745만~3825만 원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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