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달은 사기꾼인가, 장사꾼인가…우석대 ‘실전풍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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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명에 대해 강의중인 김두규 교수. 얼핏 인상을 쓰는 모습에 ‘학자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즉 강단이 있었다. 그가 깐깐해서 좋았다.
작명에 대해 강의중인 김두규 교수. 얼핏 인상을 쓰는 모습에 ‘학자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즉 강단이 있었다. 그가 깐깐해서 좋았다.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인가, 장사꾼인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 김선달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안다면 '유능한 장사꾼'으로 바뀔 수도 있다. 자본주의를 구가하는 요즘에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김선달을 평가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다. 김선달은 왜 이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을까.

평양은 풍수지리에서 보면 행주(行舟)형이다. 곧 배가 떠 있는 지세. 대동강도 배의 일부를 이루는 데, 떠다니는 배에 구멍이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다. 행주형인 땅은 모래가 많아 우물을 파면 오수나 생활하수가 그 구멍을 통해 스며들기 쉽고, 그렇게 되면 식수인 지하수가 오염되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함부로 우물 파는 것을 금했다. 자연히 식수 얻기가 곤란해진 일반 백성들은 김선달에게서 대동강물을 살 수밖에 없었다.

"풍수지리를 이용해 삶을 윤택하게 하고 화를 예방했던 예는 우리 역사를 통해 무수히 찾을 수 있다. 풍수지리 또한 우리가 계승하고 발전시켜야할 우리 문화이기에 그것을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고 이것은 주체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전주우석대 김두규 교수(55)의 말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인문학'을 주장한다. 김 교수가 말하는 '우리인문학'은 무엇인가.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해서 쓸 수도 없는 지식을 마냥 쌓아둬 봐야 소용없다. 실용적인 부분에 도움을 주는 우리인문학이 필요하다. 우리문화와 전통을 통해 지혜를 얻고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식 실용인문학'이 바로 '우리인문학'이다."

실용적인 '우리인문학'에 관심 가져야


우석대는 전국 대학에서 유일하게 풍수와 관상 사주 작명 궁합을 가르치는 '민속학의 이해' '문화유산의 이해와 답사' '풍수지리와 전통문화'라는 과목을 개설해 놓고 있다. 세 과목 모두 교양 선택 과목이지만 인기가 높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공통의 관심사, 그건 바로 '미래를 알고 싶고, 예측하고 싶다'는 것이다. "호기심 때문에 강의를 개설한 것은 아닙니다. 실체를 알아야 휘둘리지 않고 시시비비를 가려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요." 김 교수가 대학에서 이들 과목을 개설한 이유다.

"풍수지리 사주 관상 궁합을 보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시중의 술사들은 그중의 한 가지 방법을 통해 본 걸 놓고 그게 전부인 양 '좋다' '나쁘다'고 합니다. 아무리 좋은 사주 관상을 가졌더라도 방심하면 실패할 수 있고, 설사 나쁘더라도 해결책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비판적인 생각을 갖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사주 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성인이 갖춰야할 자세를 빗대어 알려주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나'를 바로 서게 해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김 교수의 설명은 상쾌하다. 많은 대학생을 열광케 했던 몇몇 인문학서적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에게 영향을 줬을지 회의했던 적이 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우리문화 알기'를 통해 '나답게' 살 수 있다면 '문사철(文史哲)'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는 '문사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아는 척을 해왔는가.

대학 밖에서 인문학은 '상한가'를 기록 중이지만 안에서는 정반대인 이유를 김 교수는 교수들 탓으로 돌린다. "교재를 통한 지식 쌓기에 몰두해 시대정신을 끄집어내 대학생들이 뭘 해야 할지 자극하고 시대와 치열하게 대결했던 사람들의 정신을 학생들 가슴에 이식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 "시대정신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풍수, 사주, 관상, 궁합도 실제는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 새로운 정신을 일으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 왔다"며 "돈의 기준으로만 보면 이것들의 진수를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작명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


김두규 교수가 두루마기를 입은 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더운날 이었지만 더운채를 내지 않았다. 김교수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디엔가 노출될 때에는 격식을 차려 품위있게 보여야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듯 했다.
김두규 교수가 두루마기를 입은 해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더운날 이었지만 더운채를 내지 않았다. 김교수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디엔가 노출될 때에는 격식을 차려 품위있게 보여야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 듯 했다.
김 교수의 생각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궁금해 13일 강의를 직접 들어봤다. 교양관 6206호에서 열린 '민속학의 이해' 1학기 마지막 수업 주제는 작명. 학생들 이름을 음양오행과 수리작법을 통해 설명했는데 학생들은 너무 재미있어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자 획수를 더해 이름을 짓고 평가하는 것은 일본인 구마사키 겐오(熊崎健翁)가 20세기 초 오성각(五星閣)이란 작명회사를 만들어 사용하던 '수리조작법'에서 온 것이다. 일본식 작명을 따르는 게 옳은가"라고 반문한다. "그것보다는 지금까지 배운 항렬, 사주 등을 참고하고 음양오행을 따져 비판적인 견지에서 이름을 바라보고, 결혼해 아기를 낳으면 남에게 부탁하지 말고 직접 지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즉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주체가 돼 그것들을 이용해보라'는 충고였다. 수강생 홍대건 씨(제약공학2)는 "호기심 충족도 충족이지만 민속학에서 배웠던 사주를 '예방의학'에 대입할 수 있어 공부의 시야가 넓어졌고, 잘될 경우와 잘못될 경우를 항상 설명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풍수는 '또 다른 한류'


1994년 독문학 전공으로 우석대에 발을 디딘 김 교수는 지금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전풍수의 대가'로 꼽힌다. 2000년 우연히 '동양사상의 이해' 강의를 맡으면서 대학가에 풍수를 통한 '우리인문학' 전파에 나섰다. 그는 '풍수를 통한 한류'의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어떤 전공이든 풍수를 비롯한 우리 전통문화와 융복합을 해 색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면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그는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거부(巨富)들이 풍수를 접목한 건축물을 선호하고 있는데 건축 전공 학생들이 풍수를 배워 설계를 한다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이 사주와 오행을 응용해 음식을 만든다면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올라갈 것"이라며 "'실전풍수'는 우리문화의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전주=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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