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현종]시진핑 방한을 보는 관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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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日 우선 방문 관례 깨고 한국에 먼저 오는 시주석
중국쪽으로 한국을 좀 더 당기고 北엔 “美日 접근말라” 압박 의도
北 유사시 대비 ‘韓中협의체제’… 시주석 방한기간 구축하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유엔 대사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유엔 대사
중국 지도부는 통상 북한, 일본을 우선 방문했는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은 7월 초 한국을 먼저 방문한다. 중국의 노회한 대한외교의 속셈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미국과 신대국관계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과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베트남 경제특권구역에서는 석유시추장비를 설치하여 석유 굴착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의 선박이 충돌하고 베트남 어선이 침몰했다. 필리핀과도 스카버러 섬을 놓고 영토 분쟁 중이다.

중국은 신대국관계 정립 과정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되면 그 자리를 대체하여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인 듯하다. 미 의회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연합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의 핵심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영토 분쟁과 같은 현안일 때는 무력을 동원하여 압박을 가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고자 한다. 이러한 중국 지도부의 전략에는 미국이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보복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은 한국에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취약성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면서 북-일 정상회담도 가능해진 북한에 대한 압박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또한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미일 지분이 큰 아시아개발은행의 대항마로 설립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한국이 가입할 것을 강력히 권유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월 시 주석에게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 이슈는 미중 관계의 틀 안에서 고려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지도부가 북한에 비핵화 방향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미국이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영토 분쟁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할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미국이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중국 지도부는 핵을 보유한 북한보다 미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 더 위협적이라고 간주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와 영토 분쟁 명분으로 미국이 동맹국들과 MD 체제를 구축하고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최종 목표가 북한의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며 북한을 너무 자극하면 북한이 친미로 돌아설 것을 우려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중국 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는 이유는, 경제가 어렵고 체제가 불안정하므로 외부적 통제수단을 강화하면 북한이 결국 핵 포기 혹은 체제 붕괴 중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가 절박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북한 전문가에 의하면 농업분야에서는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과거 10∼15인으로 구성된 분조제도와 달리 3∼5명으로 구성된 포전담당 책임제를 도입했다. 개인 소유를 어느 정도 인정해 준 것이다. 북한의 농민은 전체 인구의 30%, 약 700만 명에 달하는데 가구당 1정보(1정보는 1헥타르의 크기) 정도가 포전담당으로 분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는 1t의 비료를 1정보에 투입하면 6t의 작물(연 600만 t)이 생산된다. 1인당 하루 500g을 섭취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인구가 필요한 식량은 연 400만 t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식량이 부족했을 때의 쌀 가격이 kg당 약 0.9달러에 형성되었는데 최근 생산성이 향상되자 0.5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대북제재도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무역은 2013년 73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북-중 무역이 89%를 점유했다. 그러나 북한은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정도밖에 안 되고 1960년대부터 자립적 민족경제건설을 목표로 대외의존도를 최소화해왔다.

향후 중국의 팽창과 일본의 우경화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이 사용하고 있는 북한카드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되기 시작했고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의 안정을 택한 중국의 정책은 분단의 고착화라는 도전을 한국에 제시한다. 시 주석 방한 때 북한 유사시를 대비하는 협의체제를 구축하여 통일 관련 협의를 해야 한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유엔 대사
#시진핑#북한#일본#미국#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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